해외 도시·지자체 교류 바람직…“전형적 전시행정 표본” 지적도

민진규

stmin@hotmail.com | 2019-08-28 16:53:17

[연중기획] 지자체 행정 해부 12-3. 제주도 문화·기술 [세계로컬타임즈 민진규 대기자] [전편에 계속]
▲ 오곡밸리모델로 평가한 제주도 자치행정평가.

기상천외한 박물관·이벤트로 관광객에게 감동 주지 못해


문화 제주도는 자매도시와 우호도시라는 이름으로 총 14개 도시와 국제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자매도시는 미국 하와이를 비롯한 자매도시 6개, 일본의 시즈오카를 포함한 8개 우호도시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해외 도시나 지방자치단체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의회 의원들이 합법적으로 핑계를 대고 외유를 할 수 있는 구실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연초에 터진 경북 예천군 의회의원들이 미국과 캐나다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으로 지방의회를 폐지하고 공무원의 해외연수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지만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있다. 
해외 선진국의 자치행정을 배우겠다는 목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도박장과 유흥가 출입, 술판, 유명 관광지 방문 등으로 점철된 해외연수나 출장을 보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제주는 해녀로 유명한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해녀 자체로 관광상품이라고 인식했지만 해녀가 채취한 신선한 해산물을 바닷가에서 판매하는 것이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해녀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새로 해녀를 하려는 사람이 부족해 신규 해녀 초기정착금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녀학교에서 양성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도에 해녀문화유산과도 설치해 해녀문화홍보마켓의 운영도 지원하고 있으며 해녀공연단의 국제교류로 활성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해녀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바다에 있어야 할 해녀가 육지의 실내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관광객을 대상으로 1일 혹은 몇 시간 해녀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파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제주는 화산폭발로 인한 지형이 많아 관광자원인 오름도 많은 편이다. 
오름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소형 분출구를 의미한다. 관광객이 너무 많이 방문해 훼손되고 있는 오름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하는 휴식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벌채나 토지형질변경, 취사, 야영행위도 모두 금지된다. 
필자는 제주를 몇 번 방문했지만 중산간에 위치해 있는 오름을 방문한 경험은 전혀 없다. 누구도 오름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고, 방문을 권유한 사람도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문화예술공간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청년들의 인턴 채용도 지원한다.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 경력인증기관 실무경험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하지만 기존의 평온한 삶과 재산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주민들과 마찰이 심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토지를 헐값에 팔았는데 ‘사업이 지지 부진하다’며 토지반환소송을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된 제주시 조천읍에 조성하려는 제주동물테마파크도 지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2011년 5조 원을 투자하겠다며 추진했던 오라관광단지도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귀포시에 개발되고 있는 신화역사공원도 중국기업이 담당하면서 신화와 역사사업은 축소되고 호텔,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자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영리법원인 녹지병원도 수 년간 갈등을 빚다가 결국 허가가 취소됐다.
제주도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문화행사가 너무 많은 편이다. 
동백축제, 곶자왈반딧불이축제, 보롬왓메밀꽃축제, 제주라프별빛축제, 휴애리봄수국축제, 제주들불축제, 가파도 청보리축제 등이 있다. 
여기에 각종 전통문화 축제, 문화행사 등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매년 새해 첫날은 서귀포 중문색탈해수욕장에서 국제펭귄수영대회가 열린다.
아무리 제주가 관광지역이라고 해도 정체불명의 문화축제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것은 어렵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많이 지어져 있지만 제대로 수지타산을 맞추는 곳이 많지 않다고 한다. 관람객이 적어서 입장료만으로 박물관 전기료도 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편이다. 관광객을 유치한다며 일관성도 없이 기상천외한 박물관을 많이 설립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제주도 관광의 문제점 하나는 비싼 주차료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렌터카를 빌려 여행하는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관광지 마다 별도로 받는 주차요금으로 기분을 망치기 십상이었다. 
어차피 제주가 폐쇄된 섬이기 때문에 렌터카를 빌릴 때 주차요금을 한꺼번에 징수하고 개별 관광지는 무료로 주차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성산 일출봉도 기껏해야 몇 시간 관람하는데 시간에 관계없이 1일치 주차요금을 받고 있었다. ▶ 국제도시 운영 필요한 인재 양성·유치 절실
기술 제주는 경제구조가 농업과 관광산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 공단이 위치한 지역과 동일한 일반적인 기술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 속담에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인재는 모두 서울로 몰려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이나 대구 출신들이 서울에 와서 듣는 말 중에서 화가 나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대도시인 자신들의 고향을 서울 사람들은 ‘시골’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인사치레로 ‘지난 주말에 시골 다녀왔냐’ 혹은 ‘언제 시골 가냐’고 묻는 말인데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구가 수백만에 달하는 대도시도 시골로 치부되면서 인재가 유출되는데 산업과 일자리가 전혀 없는 제주가 지역 출신 인재도 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용하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이 능통한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현재 도내 최고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에는 인문대학 산하에 영어영문학과, 일어일문학과, 중어중문학과, 독일학과 등이 있다.
필자는 10여년 전에 제주대학의 방문해 취업 관련 특강을 진행하고 학생들을 상담한 경험이 있다. 육지에서 소위 말하는 유학을 온 학생들이 많다는데 처음 놀랐고, 학생들의 어학 수준이 높아 다시 놀랐다. 
단지 학생들은 제주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지역에 정착할 수 없다며 하소연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호텔이나 카지노와 같은 양질의 일자리는 서울에서 온 외지인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도내 6개월 이상 거주 만 19~34세 청년 중 졸업·중퇴 후 2년이 초과한 미취업자 중 미취업자에게 1인당 월 50만 원, 최대 6개월간 3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도서구입비, 학원 수강비, 도외 지역 면접이나 시험에 응시하는데 필요한 교통비, 숙박비 등에 지출할 수 있다. 
일하는 청년 지원사업도 시행하고 있는데 더 나은 일자리, 생애 첫 일자리, 5인미만 기업 추가고용 등이 해당된다. 일하는 청년에게 1인당 월 30만 원 한도에서 주택임차료의 60~80%를 주거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 수출기업에게 전문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인력뱅크 지원사업도 시행 중이다.
이런 유형의 지원사업이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도움되지 않는 선심성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는 사실 정도는 공무원도 잘 알고 있다. 
공무원을 빼고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전무한 것도 인재유출을 부추긴다. 
제주가 동북아 허브인 국제자유도시로 부상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재를 지역에서 양성하지 못하면 국제도시로 부상하겠다는 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MICE산업, 즉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 등의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한다. 
자체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면 해외 인재의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제주가 2006년부터 13년 동안 특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자리걸음인 이유도 제대로 된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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