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슬픔에도 언니가 있다
홍윤표
sanho50@hanmail.net | 2022-06-02 16:59:34
시인 조정애
슬픔에도 언니가 있다
시인 조 정 애
아버지가 그리워
그리움의 시詩를 새긴 도자기 컵을
예배당에 가져갔다
오후 기도찬양모임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네 살 배기는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옆 자리 나이든 황 권사가
17개월에 아버지를 여의었다고 했다
맞은 편 기도를 이끄는 김 권사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둘둘 말아 밀쳐둔 아기가
눈망울을 초롱초롱 뜨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나의 슬픔은 사라지고
네 살배기가 옆에 앉은 야윈
한 살배기를 안아주었다
화장실 앞에서 갓난아기를 만나
꼬옥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어느새 나는 언니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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