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꽃을 먹는 새
홍윤표
sanho50@hanmail.net | 2022-04-15 17:43:50
시인 정다온
꽃을 먹는 새
시인 정 다 온
딱새가 좀처럼 날아가지 않았다
바닷가 천리포수목원 별목련 나무 앞에 서서
별모양 별목련을 바라보았다
딱새 서너 마리가 나무에 앉아
눈부신 목련 뽀얀 속살
뾰족한 긴 부리로 이 꽃 저 꽃 쪼아 먹었다
딱새 부리 닿을 때 목련은 울어
딱새를 멀리 훠이훠이 쫒아보아도
목련송이에 대가리를 처박고 겁도 없이 앉아
피고 있는 목련 떨어지면 어쩌려고
달콤한 목련을 쪼아 삼켰다
얼마나 달콤한지 활짝 핀 목련은 먹지 않았다
공중을 나는 새가 꽃을 먹는 줄 몰랐다
나, 오늘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부비고 딱새를 다시 보았다
그래도 목련꽃은 피었다
동백꽃 피고 수양버들 늘어져 봄 향기 일렁이는
천리포수목원은 무릉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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