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절’하면 대웅전(大雄殿)을 떠 올리게 된다. 이 절은 대웅전(大雄殿)이 없다. 대신에 우리말 이름인 '큰법당'이 있다.
어느 절에 가든 법당 기둥에는 주련이 걸려있다.
대개 절의 주련은 불경 한 대목들이 한자로 쓰여 있어 그뜻은 물론이고 읽기도 버겁기 마련이다. 그런 주련은 원래 건물의 품격을 위한 장식용이기도 하거니와 사람들이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 용문사 주련은 특이하게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문장이 금빛 한글로 새겨져 있다. 고려말의 고승 나옹선사의 선시가 우리말 우리글로 걸려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놓고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가슴속에 무언가 한줄기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문득 고개돌려 뒷편을 바라보니 범종각 지붕이 날아갈 듯 펼쳐있다.
▲ 범종각, 금새 하늘로 날아갈 듯 솟아오른 처마밑에 수많은 불자들의 발원이 담긴 범종이 무게 중심을 잡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