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칼럼]정부 비대화

황종택 / 2021-11-01 07:40:27
▲주필
한국사회에 ‘잿빛 구름’이 진하게 떠 있다. 미래 주역인 젊은이들이 취업난과 생활고 때문에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 세대’가 늘고 있다. 설상가상 인간관계와 주택구입까지 포기해 ‘오포 세대’라는 자조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암울함을 안겨줘 서글픔을 금치 못하게 한다. 취업과 멀어지는 대학 졸업자가 늘고 있는 게 뒷받침한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직업 안정성’ 공무원시험 ‘몰빵’

답은 잠재성장률 회복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청년 실업 문제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아울러 왜곡된 노동시장도 바로 잡아야 한다. 노동시장의 왜곡은 경직된 고용구조와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성 노조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투자활성화와 고용 유연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 노조가 힘을 합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난이 청년실업에 국한하지 않고 총체적 복합불황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민생고의 심화다.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런 현실에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은 늘고 있다. ‘직업 안정성’ 추구다. 하지만 ‘공시 몰빵’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공무원 임용과 행정효율이다. 공무원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종이다. 통계청의 지난 5월 조사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 준비생의 32.4%가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 포인트 증가했는데 여기엔 교사 임용고시와 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 준비생은 빠져 있다. 

공시족 쏠림 현상은 청년들이 공무원이란 직업을 얼마나 선호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무원이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행정부의 공무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2만2369명 늘면서 110만188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문 정부 취임 이후 공무원 수는 9만5740명(9.5%) 늘어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중앙부처 공무원 증원계획’ 따르면 9월 말 기준 문재인 행정부의 공무원 수는 110만1885명으로 국가직이 73만5909명, 지방직이 36만5976명이다. 행정부에 헌법기관 등을 합한 전체 공무원 수는 112만7129명이다.역대 정부의 공무원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가율(9.5%)은 종전 최고치인 노무현 정부(8.23%)를 웃돌면서 문민정부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특히 이명박 정부(1.24%), 박근혜 정부(4.19%)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높은 수치다.

현 정부는 올해도 중앙부처 공무원을 8345명 증원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증원 규모 1만1359명 대비 26.5% 줄어든 것이지만, 예년 수준의 지방직 공무원 채용을 감안하면 증가율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공무원 처우가 박봉이라는 건 옛일이 된 지 오래다.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2021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은 535만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6420만원으로 대기업, 금융회사, 전문직 등 일부 최상위 고임금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상위에 해당된다. 게다가 공무원은 중대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해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연금도 내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이 받아 노후 준비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정권 차원 ‘공무원 철밥통 깨기’

좋은 인재들이 공직으로 모여드는 것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공무원의 급여와 후생복지비용, 연기금 적자 분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데 있다. 문재인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대권에 도전장을 내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호 공약으로 공무원 개혁을 제시했다. 공무원 20% 감축, 5급 행정고시 및 관리직 정년 폐지, 부패 공무원 가중 처벌, 공공기관에 대한 일몰제 적용 등이다. 행시 출신에, 34년을 공무원으로 지낸 그가 ‘공무원 철밥통 깨기’를 주창한 게 주목된다.

정권 차원에서 공무원 수는 적정선을 유지하되 조직의 수를 줄이고 정부 기능을 축소, 지자체나 민간으로 이양하는 게 정부개혁을 통한 행정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조직을 늘리고 정부 권력을 비대화 시키는 것은 개악(改惡)이 될 수도 있다. ‘작은 정부’ 대세에 배치된다. 공무원 조직 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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