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영 시인의 생각] 자율과 공정에 대하여

황종택 / 2021-12-31 08:13:28
▲시인, 칼럼니스트
추운 날 더운 날 없던 황금빛 가을이 12월의 겨울을 끌어다 놓았다. 자연의 순리 앞에 밀려난 것인지 끌려간 것인지 갈등 없이 제자리를 비켜 내어준 계절에 찬사를 보낸다.

장기화 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규칙들이 정해졌다. 광장에 축제는 사라진지 오래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만나더라도 마스크로 입을 닫아야 한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다. 독립불구의 인간으로서는 마치 단체로 벌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걸러지지 않은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가슴보다 머리로 사람을 대했던 것에 대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겠다.

집에만 머물러야 하니 사람이 그립다.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이들은 미끄럼이나 그네를 탈 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넘어진 친구에게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어 도와주고 어린 동생들에게 차례를 양보하는 형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술래가 되어도 억울해 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을 부끄럽게 한다.

가마타기 놀이가 한창이다. 서로서로 팔을 걸어 가마를 만들고 그 위에 한사람을 태워 왕을 등극시키는 놀이다. 왕의 자격은 오로지 몸이 작고 가벼워야 한다. 그래야 가마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왕의 탄생을 축하하며 오후 한 때가 즐겁다. 서로 왕이 되겠다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질서에 놀란다. 덩치 큰 형의 위력이 존재하지 않고 왕의 자격에 대해 이론이 없으며 놀이를 위해 땀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격한다. 통치자 없는 자율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진화된 코로나19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됐다. 정은경 본부장이 그대로 청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우리는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사람으로 적임자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독감증상과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리면 가족으로부터 격리될 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과도 단절이 불가피하다. 긴 시간 홀로 자신과 싸워야 하며 완치가 된다 해도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직장을 잃거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단절될 수도 있는 상황이 그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굶어서 죽으나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죽으나 죽음이 답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특히 젊은 층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직업을 잃게 되거나 사회에서 격리되는 공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코로나19의 재앙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의 한 때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퇴 촉구에 서명한 사람들의 청원게시 글을 보면 WHO 사무총장의 거짓말과 정치적 중립 위반에 집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지원을 의식한 불공정한 처사는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덩치 큰 형의 위력이 암묵적으로 개입되어 전 세계적 공동체의 위험을 초래한 결과라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 번쯤 되짚어 봐야할 대목이다. 정치는 사익을 취하기 위해 검은 거래에 능통한 일이 아니다. 국민은 그들을 배척하고 시대가 부르는 진정한 영웅을 가려내야 한다. 그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혜안이며 몫이다. 부디 공동체를 위한 아름다운 자율과 공정이 이 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변화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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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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