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 빚 억제 정책 펴도 실수요 전세자금은 제외를

온라인뉴스팀 / 2021-08-26 08:18:11
과도한 가계 빚을 억제하기 위한 당국의 최근 정책은 탁상공론 격이다. 국내 가계 빚은 지난 6월 말 기준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진 빚이 3500만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계 빚은 17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 부채가 이렇게 커진 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조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출총량 가이드라인인 대출 증가율 6%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적잖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와 무주택 서민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으려고 여러 은행을 전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세대출의 도미노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 영향으로 주가와 주택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 같은 과실은 일부 계층에 집중된 반면 별다른 자산이 없는 무주택 서민은 대출 규제 탓에 지난 1년간 폭등한 전셋값조차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정부 말을 믿고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매수’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무주택 서민이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정부가 전세대출까지 틀어막은 탓에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가을 이사철에 길거리로 내쫓길 판이라는 서민들의 원성이 높다.

물론 상당수 전세대출이 용도에 맞게 쓰이지 않고,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세대출에 대한 별도 통계를 만들고, 용도별로 면밀히 관리한다면 굳이 총량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총량규제의 예외로 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 들어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대출 증가세가 가장 뚜렷하기 때문이다. 2016년 말 36조원 수준이던 전세대출 규모는 최근 150조원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무리한 대출 규제로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을 입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농협은행이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자 당장 분양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은행권 전체로 대출절벽이 현실화되면 분양일정 지연, 공급부족, 거래 절벽 등 부작용이 속출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분양을 진행하던 사업자들과 수요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분양가가 9억원 미만이라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했는데 대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수요자들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가계 빚 억제 정책은 필요하지만,대출 총량규제에서 실수요 전세자금 대출은 제외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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