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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
영국은 올림픽 대회에서 금·은·동을 골고루 획득하는 나라다. 종합 전적 4위에 오른 이번 도쿄 대회에서도 금과 동 각각 22개를 획득했다. 그런 영국조차 ‘가장 안타까운 노메달’이라 불리는 4등은 달가워 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BBC가 4위를 16개나 했던 지난 리우 대화를 거론하면서 4위는 최악의 순위 ‘황홀과 침통의 갈림길’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이번 대회 12개 종목에서 안타까운 4위를 했다. 그리고 4위를 한 선수와 팀에 많은 국민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즐길 줄 아는 올림픽으로
금메달 숫자로 국가 순위를 정하는 기준에 집착해 은·동메달마저 푸대접했던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여자 배구는 준결승 3·4위 전에서 거듭 3대 0으로 완패했는데도 국민이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 랭킹에서 한참 앞서는 강호들을 잇달라 물리치고 4강에 오른 데다 확연한 실력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분절하는 모습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노메달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메달”이란 댓글이 달렸다. 세계의 높은 벽에 막혔던 종목에서도 ‘4위의 영웅’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높이뛰기 우상혁의 4등은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운 눈부신 성취다. 마지막 도전에 실패한 뒤 돌연 거수경계는 메달 못지 않는 감동을 선사했다. 우하람이 등장하기 전 다이빙은 본선도 못 가던 불모지였다. 그런데 우하림이 리우에서 11위로 본선에 진출하더니 이번엔 메달 목전까지 도약했다. 감탄하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노메달이다.
감동적인 드라마도 선보였다. 도미니카와의 경기 중 김연경이 외친 “해 보자, 후회하지 말고”는 이번 대회 최고의 올림픽 어록으로 떠올랐다. 우리 선수끼리 벌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한 배드민턴 여자복식의 이소희·신승찬 조와 근대5종에서 전웅태에 이어 4위한 정진화는 메달을 획득한 동료들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리 선수들끼리 축하하고 위로하는 현장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역도 이선미와 기계제초 류성현의 4위는 좌절이 아닌 다음 대회를 향한 디딤돌이었다.
올림픽 추천 선수들의 군 면제 기준을 바꾸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것도 4위들의 활약 덕분이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란 기준으로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국민에게 선사한 감동을 보상할 수 없다는 취지다.
■ 도쿄 올림픽이 남긴 것
스포츠는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 중 하나다. 이번 올림픽은 한국 사회의 서열화와 위계구조를 일정 부분 무너뜨렸다.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강요·명령에서 자율·선택으로 나아가는 민주주의 원리와 부합한다. 오직 ‘실력’만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양궁팀의 공정·투명한 시스템을 국가·사회 운영의 기준이 되기에 충분하다.
도쿄 올림픽은 우리 스포츠계에 제도 개선이란 숙제도 남겼다. 순위·메달 강박증에서 벗어난 만큼 금·은·동메달을 딴 종목·선수에 편중된 연금·병역 특례 보완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늦게 열린 도쿄 올림픽은 일면 초라했다. 무엇보다 관중석이 텅비었다. 선수와 팬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가 실종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방송 중계권을 지닌 NBC의 계산 때문에 대회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비판도 거셌다.
그럼에도 메달 색깔보다 경기 자체를 만끽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주목하고 승패보다 드라마에 열광하는 분위기는 우리가 이번 올림픽에서 겨둔 값진 수확으로 평가된다.
권위주의 시절 국위를 떨친 선수를 격려하는 목적에서 도입된 규정을 새 시대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시점이다. 도쿄 올림픽 대회 기간 내내 폭염·코로나와 싸우며 메달보다 더한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한 영웅들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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