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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성균관대 학부대학 겸임교수 |
방송이 나가고 10여일 지나 이 아기는 운명을 달리 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아기는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등이 찍혀서 장 파열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외에도 16개월 아기의 머리뼈와 갈비뼈·쇄골·다리뼈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아기를 10여 차례 이상 방임했다.
집이나 차에 버려두는 방식이었다. 방임과 학대는 결국 살해로 끝이 났다.
입양된 지 2년 만에 참혹하게 숨진 경기도 포천의 6살 아이도 오랜 기간 학대를 받았다. 이 부부는 아이를 테이프로 묶어 17시간 동안이나 굶겨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조사 결과 이런 식의 학대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상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한 이들의 불운은 양부모에 의한 무자비한 폭행과 학대로 이어지다가 어린 나이에 끔찍한 죽음으로 마감된다.
벌써 오래전부터 출산률 저하로 골머리를 썩는 한국사회는 이미 사회 구성원으로 세상에 온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식 결혼관계에서 태어나지 않은 ‘미혼모’의 아이들이나 부모의 이혼으로 양모나 양부의 손에 맡겨지는 아이들의 경우, 이런 비극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크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영아 유기 1,272건에 영아 살해 110건에 달한다. 1 년에 127건의 영아 유기 및 11건의 영아 살해 사건이 일어나는 셈이다.
국가(國家)라는 한자에는 ‘나라(國)’와 ‘가정(家)’의 뜻이 함께 있다.
‘가정들이 모여서 나라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나라는 가정과 같은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제 겨우 기어 다니는 아이나 겨우 일어선 아이들이 ‘나의 아이’ 와 ‘남의 아이’로 구별된다.
언론에서도 유아와 영아들을 A양·B군으로 호칭해 객관적·심리적 거리감을 둔다. ‘나와 무관한 아이’라는 느낌이 저절로 든다.
다른 다양한 포유류들도 젖먹이와 어린 개체를 양자로 삼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형제·자매가 동시에 입양하기도 한다. 동물세계에는 입양이나 공동양육이 비일비재하다.
이 이타적인 행위는 전체 공동체를 위해 유의미하고 유익하다.
어린 개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면 그 공동체의 앞날은 밝다.
먹이사슬로 얽힌 동물의 세계에서 사냥 나왔던 암사자가, 감짝 놀라 도망친 엄마 얼룩말에게 버려진 아기 얼룩말을 보호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암사자는 작고 연약한 ‘남의 아이’에게서 일순간 ‘나의 아이’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일찍이 맹자는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의 실현 방법으로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여기는’ 것을 말했다.
앞으로 더 이상 양자에 대한 학대·사망 등의 비극을 보지 않으려면 정책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고 절실하다.
요즘에는 ‘당근마켓 신생아 거래’나 ‘베이비박스 앞 영아 유기’ 등도 늘어났다.
이는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아동권 보호를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차별과 편견에 대한 심리적 지원 또한 절실하다.
그것이 힘들 때는 국가(國家)가 나서서 ‘나의 아이’도 ‘남의 아이’도 아닌 ‘우리 아이들’을 잘 돌보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한 경제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