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구절초

황종택 / 2021-12-02 09:17:20
시인 정태중

     

시인 정태중
   구절초


                            정태중


풀 무성한 폐가에 분홍 꽃 피어 있다
나이테 마른 마루에 옹이 박혀 있고
한 번쯤 꽃도 바람의 언덕길에서
다정한 사람의 소리 들었을 테고
몽글한 이슬 가득 가을 햇살에
꽃잎 내어 주었을 텐데
어느 바람 타고 와
모진 곳에 뿌리내렸을까
낡은 사진 속 얼굴
꽃이 되지 못하고
구구절절한 속내 넉넉한 날
시렁에 걸어 둔 몸빼, 거기 몽땅 피어있는 꽃.


*시렁: 방언. 마루나 방에 긴 나무 두 개를 박아
그릇이나 물건을 올려놓는 것

▲전남 함평 출생

시집 <이방인의 사계 그리고 사랑>

<굼벵이 놓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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