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컬타임즈] 도심을 가로지르며 도시의 흐름을 단절해 왔던 철길이 사라지고, 그 위에 시민의 일상이 쌓이는 광장이 들어선다. 경기 서부 산업도시의 상징이었던 안산선이 ‘지하’로 내려가고, 지상은 시민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재편되는 대전환이 시작됐다.
안산시는 23일 ‘안산선 지하화 통합개발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하며 철도 지하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경기도와의 업무협약 체결 이후 약 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실질적인 사업 설계 단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 개선을 넘어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안산선은 수십 년간 도시 성장의 동맥이었지만, 동시에 동서로 나뉜 생활권을 고착화시키는 물리적 장벽이기도 했다. 철도 지하화는 이 같은 공간 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상부 유휴 공간을 새로운 도시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노선 지하화의 기술적 타당성뿐 아니라, 지상부 공간의 활용 방향까지 통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지하에 철도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를 동시에 설계하는 구조다.
시는 이 과정에서 행정 주도의 일방적 계획 수립 방식을 벗어나, 시민의 상상력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그 일환으로 안산미래연구원과 협업해 ‘안산선 지하화 상부 광장 디자인 공모전’을 병행 추진한다.
이번 디자인 공모전은 안산선 지하화 공식 누리집 개편에 맞춰 진행되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안산선 지하화에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접수 기간은 1월 22일부터 2월 20일까지 약 한 달간이다.
공모전의 특징은 ‘참여의 단계화’에 있다. 제출된 작품은 시 관계 부서, 안산미래연구원 연구진, 시민 참여단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1차 심사를 거쳐 본선작이 선정된다. 이후 본선 진출작은 공식 누리집을 통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설문 평가를 거쳐 우수작을 최종 선정한다.
이는 행정·전문가·시민이 각각 역할을 나눠 도시의 미래상을 함께 결정하는 구조다. 단순 아이디어 공모를 넘어, 향후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실제 반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책 연계형 공모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산시가 제시한 상부 공간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상업시설 위주의 개발이 아닌, 시민 중심의 열린 랜드마크 광장 조성이다. 이는 도시 브랜드와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겨냥한 선택이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이번 디자인 공모전은 안산선 지하화 상부 공간을 시민 중심의 열린 랜드마크 광장으로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미래 안산의 새로운 도시 가치를 담아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제안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하화 기본계획 수립이 본격화된 만큼 앞으로도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철도 지하화는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는 장기 사업인 만큼, 단계별 추진 전략과 재정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또한 지하화 공사 기간 중 발생할 교통 불편, 상권 영향 등에 대한 세심한 관리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이번 안산선 지하화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철도를 ‘이동 수단’이 아닌 ‘도시 공간’의 문제로 접근하고, 그 해법을 시민과 함께 찾겠다는 실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안산의 이번 선택이 향후 수도권 철도 지하화 논의의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로컬타임즈 / 김병민 기자 pin827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