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은 ‘잠재적 범죄 유발자’ 아니다

온라인뉴스팀 / 2021-09-29 09:34:29
대한상공회의소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29일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확정됐다는 ‘반감’이다. 경제계는 시행령 안 입법예고 당시 중대재해 정의, 의무주체 범위, 준수의무 내용 등의 법상 모호한 규정들은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음을 환기시킨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여전히 안전보건의무, 관계법령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은 법을 어떻게 준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강화한 게 골자다. 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사고=CEO 처벌' 등식이다. 기업인을 산업 발전의 동반자가 아니라 ‘범죄 유발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현장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하지만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법 예고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망자 발생 시 책임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매겨지는데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과해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수위가 더 높은 데도 기준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처벌에 집중하다보니 중대재해법이 안전관리의 전문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CEO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이 비용은 납품단가에 반영해 원청과 하청, 소비자들이 돈을 더 내는 방향으로 가는 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주요 기업집단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며 규제로 옥죄기만 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

모름지기 법은 경제를 규제하면서 보호하는 양면성을 가진다. 경제 주체로 하여금 공정거래와 같은 시장 원칙을 준수토록 하는 역할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4개월 남짓 앞둔 시점에서 기업인들의 의견을 귀 담아 들어, 하루빨리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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