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특검팀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청와대 측을 포함해 일부 주요 혐의자들의 비협조로 수사 진척이 더딘 것이다. 특검 연장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실정에서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끝내 받아내면서 뇌물죄 수사의 큰 산 하나를 넘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혐의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내는 동시에 지금껏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한 다른 의혹들에도 남은 시간 동안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현안해결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거 출연한 의혹을 받는 대기업 등 남은 수사대상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성과가 미지근한 상태다. 이렇기에 특검은 지난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에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국회에도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보냈다. 하지만, 연장이 불투명하다. 공식 수사기간인 70일이 만료되는 28일 전까지 지금까지 펼쳐놓은 수사들을 조금이라도 매듭지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에 관한 의견서를 황 대행에게 전달한 것은 박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압수수색 또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청와대를 겨냥한 압박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에 수사기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다. 비리의 정도가 워낙 깊고 방대하기 때문에 기존 수사기간으로는 제대로 조사하기 힘들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거나 대면조사 여부로 시간끌기를 노골화하고 있고, 측근들 역시 잠적과 묵비권 등으로 수사방해를 일삼으면서 특검이 수사에 애로를 겪어 왔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는 시간이 없어 아예 조사조차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집단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마무리 하는 것은 법질서를 바로 잡는 것은 물론이고 새 역사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특검 연장은 황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회의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대행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여론을 고려할 때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이나 여권 내 잠정적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황 권한대행이 보수층 결집을 위해 전격적으로 ‘불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검법은 특검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한차례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는데, 결정권자인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중인만큼 이젠 황 대행의 몫이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 연장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황 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청와대는 더 이상 ‘성소(聖所)’가 아니다. 국정농단의 진원지이고 증거물이 있는 증거인멸의 장소인 것이다. 황 대행이 끝내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면 결과적으로 피의자를 두둔하고 증거인멸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 대행은 탄핵과 청와대 압수수색이라는 현재 상황이 초래된 원인과 현재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바로 보길 당부한다. 이번 수사는 구(舊)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는 소명의식을 지니고 특검팀이 일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이 같은 희대의 국정농단의 재발을 막고, 국력에 걸 맞는 국격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