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한국은행이 타국 중앙은행 대비 선제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인상 시기를 놓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사실상 수개월 이어지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 “실기하지 않을 것”
이 총재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72주년 기념사’를 통해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중국의 경기둔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며 “향후 물가와 성장 간 상충 관계가 더욱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장과 물가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 운용의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함께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 8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한은의 물가상승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더 이상 성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3% 수준의 오름세를 보였을 당시 우리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보다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시점에선 더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면서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은 수장 발언이 오는 7·8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 등에서 연속적인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이른바 ‘빅스텝’을 통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개월간 다섯 차례에 걸쳐 1.25%p 금리를 인상해왔으나, 미국은 단 두 차례 만에 0.75%포인트 올린 데 이어 6월, 7월 회의에서 빅스텝을 결정, 불과 5개월 만에 금리를 1.75%포인트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첫 금리인상을 단행한 뉴질랜드도 0.25%에서 단숨에 2%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