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업 자율경영을 이중삼중 옭아매는 규제마저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줄곧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쳤지만 말뿐이다.
재계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한 채 작년 연말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으로 기업에 족쇄를 채우더니 연초엔 기업·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미래를 위한 실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형 산업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고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공장자동화를 핵심으로 한 '인더스터리 4.0' 전략으로 해외로 나갔던 자국기업 공장이 다시 독일로 돌아오면 제2의 산업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본도 미래투자회의라는 기구를 만들고 정부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등의 옛 영광에 도취해 3차 산업혁명에만 머물러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전경련·중견기업연합회·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실시한 ‘기업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조사’ 결과 응답 기업 중 37.3%는 ‘국내고용 축소’, 27.2%는 ‘국내투자 축소’를 검토 중이며 21.8%는 ‘국내 사업장의 해외이전’을 고려한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 간 규제 혁파를 놓고 손발이 맞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규제 개선 정책인 ‘규제챌린지’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가 담당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과기부는 규제입증위원회에서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공공 SW의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안건을 당장 폐지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취임 후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규제 혁파 의지에 ‘어깃장’을 놓는 처사다. 공공 SW 대기업 참여 제한은 중소 정보기술(IT) 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013년 도입됐지만 학교 원격 교육이나 백신 접종 시스템 등 국가적인 차원의 IT 시스템에 자주 오류가 생기면서 대기업에 빗장을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컸던 사안이다. 총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이 주무 부처의 반발에 좌초된 것이다.
산업의 뿌리 같은 중소기업 육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의 첨단기술은 대부분 대기업에 노하우가 있다. 사리가 이렇다면 마땅히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같은 경우엔 대기업에 문호를 열어야 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대기업 대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아니라, 사안의 성격상 어느 기업군이 국익에 도움 되는 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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