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⑮] 미나 작가 “예술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김영식 / 2023-05-02 10:22:37
미디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미나(정민아) 작가편
▲ 미나 작가.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작품을 탄생 시키기 위해 내적 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의 작업 결과물인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갤러리에서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열다섯 번째로, 예술이란 결국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평가하는 미디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미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Red-Your Own Universe Persona, 91×57.1cm, Mixed Media, 2021.미나 작가

Q: 자기소개 및 입문 계기가 있다면

A: 안녕하세요. 미나(Mina)입니다. 본명은 정민아, 활동명은 미나입니다.

어릴 적에는 내성적 성격인 편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보다 비현실적인 사고에 더 집중하게 됐고, 그 이상의 세계를 그림과 사진 퍼포먼스로 표현하며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제 작업은 ‘Red’라는 주제로 실상과 허상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흐름을 바라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를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보며 인간 본질의 근원을 찾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Red는 1차원적인 컬러가 아니라 여러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성의 표현입니다.

그 상징성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죽음으로 향하는 불안정한 정신적 절망의 고통과 그 속에서도 열정적인 에너지로 삶의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Red로 표현한 것입니다.

작업의 표현 방식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몸이 붓이 돼 ‘삶과 죽음의 반복 재생 고통과 열정(Red)’, 그리고 또 다른 흐름을 춤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합니다. 이어 그 영상의 부분 이미지로 디지털 페인팅을 하는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작업입니다.

여러 단계의 매체 접속을 통해 보이는 실상과 보이지 않는 허상, 그리고 그 속에서 관찰자로 그 무엇의 공존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반복되는 존재의 데칼코마니(Decalcomanie) 효과로 시공간에 흐르는 과거, 현재, 미래 스쳐 지나는 찰나의 순간 에너지를 하나의 실상으로 표현합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존재의 흐름 속 현대인의 초상을 보며 인간 본질의 근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나를 ‘피투성이’ 한 나
실상과 허상의 흐름 속에서 ‘기투’ 하는 나
그 흐름을 보는 ‘관찰자’로서의 나
이 작업을 접속하는 너는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향하는가?’

나름의 철학으로 ‘Red’라는 주제로 작업하며 갤러리 전시와 좀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아트페어 전시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Red-Your Own Universe Persona, 120×63.3cm, Mixed Media, 2022.미나 작가

Q: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어릴 적부터 꿈이 작가였는데 잠깐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고, 이후 진짜 내가 뭘 원하는가에 대해 한 번 더 깊게 생각하며 대학교에서 미디어 미술을 전공한 후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잠깐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고 돌아왔기에 제게 이 일은 더 소중합니다. 특히 제 선택만으로 이뤄졌기에 힘들어도 순간순간을 작업으로 풀어내며 잘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보이지 않는 길을 가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힘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으로 작업 하나 해두고 가자는 생각으로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몸에 Red 유화 물감 한 통을 다 바르고 미친 듯 캔버스에 몸을 부비며 퍼포먼스를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캔버스 위 작업의 흔적을 본 뒤 욕실로 들어가 Red 유화 물감으로 온몸이 피투성이처럼 된 저를 보는 순간 숨이 멈추고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저는 삶도 죽음도 아닌 그 어딘가에 있었으며, 정신 차리고 몸을 씻어내면서 핏물처럼 온몸을 타고 흐르는 물감을 보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후 또 힘든 어느 날 그 작업을 한 번 더 하게 됐는데 그때 지금 하는 일, 작업은 저에게 삶을 살아내고, 알아채며,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Q: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어릴 때 병명도 이유도 없이 아플 때가 많았고, 그럴 때면 악몽을 많이 꾸게 됐는데 악몽 속 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도망 다니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잠이 깬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또 아프던 몸이 괜찮아졌기에 전 꿈을 꿈으로만 볼 수 없었습니다.

이후로도 이해하기 힘든 꿈을 많이 꾸고 있고 꿈속에서 꿈을 인지하는 저와 꿈밖의 저, 그리고 꿈을 관찰하는 저를 느끼며 꿈과의 교감에서 그것이 또 다른 시공간 다른 차원의 과거 현재 미래 저와의 접속이라 느끼게 됐습니다. 다중 우주 속 다중 인격의 저를 보며 자연스레 제 자신이 작업의 주요 소재가 됐고, 저를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보며 인간 본질의 근원을 찾는 작업을 ‘셀프 포트레이트’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Helo–Portrait of a modern man 2019’ 작업은 남성 모델과 함께 했습니다. 작업에서 필요하다면 모델과 함께 할 수 있지만 작업 속엔 언제나 제가 등장합니다. 앞으로도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은 계속하려고 합니다.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이 있다면

A: 작업의 표현 방식으로 그림·사진·영상·퍼포먼스·미디어아트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물 인체 누드 작업을 주로 하는데 작업이 그로테스크하다란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제 스타일의 작업을 하려 하지만 순간순간 대중의 반응이 의식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추구하는 작업 방향은 의식 없이 과감히 나를 버리고 찾는 작업을 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제 스타일의 작업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셀프포트레이트 작업의 특성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의 흐름 속 늙어가고 변해가며 죽음으로 이르는 순간의 모습까지 담으며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작업 행위로는 계획적인 작업보다 즉흥적인 순간순간의 감정 흐름에 따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 작업의 스타일이라 언제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구체적인 부분은 그 순간이 돼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d-Your Own Universe Persona, 120×80.2cm, Mixed Media, 2021.미나 작가

Q: 영향을 받은 작가(롤모델) 또는 작품, 이유는

A: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로테스크한 감정선이 교감되는 부분이 많아 작업에서 시각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도 좋아합니다.

Q: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명언 또는 글귀가 있다면

A: ‘그대의 영혼 속에 깃들어 있는 영웅을 절대 버리지 않기를,
그대가 희망하는 삶의 최고봉을 계속 성스러운 곳으로 여기며 똑바로 응시하기를’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명언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제 인생 길잡이가 되는 명언입니다.

Q: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A: 내가 생각하는 예술을 정의 내리기가 어려워 예술이 없으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면 예술이 있음을 생각했을 때, 아~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은 숨쉼이고
숨쉼의 아픔이며

아픔의 영혼이고
영혼의 열정이며

열정의 설렘이고
설렘의 에너지며

에너지의 희망인
예술은 사랑이다.

Q: 협업에 대한 생각

A: 협업 제의를 가끔 받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협업 없이 하겠다는 아집이 강해 거절해왔습니다. 가끔 작업으로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작업 성향은 극과 극으로 다른 작가와 그 속에서 무언가 우연에 기반해 의외의 새로운 작업이 나올 수 있다면 협업도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Q: 작업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이란 무엇일까요

A: 퍼포먼스를 하고 그 영상의 부분 이미지로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셀프 포트레이트로 한다는 것, 그게 제 작업의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5월 조형아트서울 2023 코엑스에서 하는 아트페어 전시가 있고, 12월 서울아트쇼 2023아트페어 전시가 코엑스에서 진행됩니다. 개인전은 2022년에 했고 올해는 작업의 변화를 줘 신작을 많이 작업해 2024년쯤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땐 오프닝 공개 퍼포먼스도 할 계획입니다.

Q: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A: 투명하게 다 보이지 않고 읽히지 않는 알 수 없는 작업을 하는 알 수 없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이 궁금한 미지의 사람이고 싶습니다.

Red-Your Own Universe Persona, 120×97cm, Mixed Media, 2022.미나 작가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미나 작가/ 편집: 김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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