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불편”····문화재 뜯어내고 마을 길 확장하자?

이남규 / 2019-08-31 10:25:38
전남 마량면 마도진 만호성지 북문지 훼손위기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이남규 기자] 전남 강진군 마량면 마도진(馬島鎭) 만호성지(萬戶城址)는 1999년 12월에 전남도기념물 179호로 지정돼 있는 문화유산이다.

▲ 마도진 만호성곽 중 남아있는 서북벽 모습 


1499년(연산군5년) 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총 길이 730m로 추정되는 성곽 중 현재는  길이 220m, 높이 2.3~4.7m,위쪽너비 2.3m 정도의 서북벽만 그 성곽이 남아있다.


성문은 남쪽과 북쪽에 2개소가 있었는데 현재는 너비 4.3m,높이1.6m 가량의 북문만 남아 이곳 주민들의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까지 만 해도 온전하게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만호성은 현재 대부분이 훼손되고 유실되었으며 그나마 전남도지정기념물로 지정된 이래 지금 남아있는 성곽 일부만이 왜구의 칩입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고장을 지키던 선열들의 함성과 숨결을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곳 만호성, 선조들의 피와 함성이 서려있는, 그래서 복원해서 간직해야 마땅할 유적지가 생활불편 해소와 도시계획도로 개설이라는 명목하에 헐려 뜯길 운명에 처해있다.


만호성 북문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마량면 마량2길 확장공사가 그것이다.

폭3m 가량의 기존도로를 확장한다는 도시계획이 세워진 건 1993년이고 만호성이 도지정기념물로 지정된 건 1999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9년에 확장주변 주택을 보상 매입하면서 폭10m로 확장공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 폭4m 북문을 가운데 두고 위 아래로 폭 10m로 확장 공사중인 마량2길 모습. 유일하게 남아있는 북문지 성곽으로 오른쪽 성곽은 원래 성 모습이나 왼쪽은 60년대 박정희대통령 시절에 새마을운동하면서 성곽은 다 뜯어다가 바다매립한데 쓰고 그때 땅 주인들이 흙 무너지지 말라고 자잘한 돌들로 다시 쌓은 그냥 시골 밭두렁담장이라는 주장이다.


도로를 설계하고 허가 및 공사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이나 주무부처인 강진군청에서는 오직 보상 문제만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을 뿐 문화재 훼손에 대해서는 한치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많은 예산을 들인 도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형이 되고 말았으며 문화재 훼손은 불가하다는 걸 알게 된 리장과 개발위원들은 전남도를 찾아가 만호성 북문지 성곽을 일부 뜯어낼 수 있도록 해 주라는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전남도에서는 현상변경 신청을 내면 문화재 전문위원들이 현장 점검을 한 후 가부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미 지난해에 북문지 성곽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로 허가를 내 줬다는 답변이다.

 
실제로 확인한 결과 2017년 12월30일자 전남도의 강진 마도진 만호성지현상변경 허가서에는 2차로 폭10m, 길이 292m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함에 있어서 북측 보호구역 통과구간은 성벽보호를 위해 기존 1차선을 유지하라고 돼있다.


'일상생활의 불편을 이유로 문화재를 훼손할 수 없다"는 사실상 불가의 답변이다.


또한 남측 보호 구역 통과구간은 성과 관련된 유구 확인을 위한 발굴(시굴)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여 보존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도로설계도를 살펴 보았다. 2018.3월에 작성된 마량1구(소로1-52)도로 개설공사 평면도에는 전남도의 허가서 조건대로 북문지 성곽부분은 제외하고 위아래로만 10m폭의 도로를 개설하는 것으로 분명 되어 있었다.
위아래는 폭10m,가운데는 폭4m 이해가 되지 않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강진군에서는 무슨 사유로 이런 이상한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걸까?


강진군의 답변은 이랬다. 이 도로가 좁아 쓰레기수거 차량이 못 다니는 관계로 주변 거주 주민들은 수십미터 거리까지 생활쓰레기 폐품등을 운반해야 되는 불편을 겪어왔으며 이 민원을 해소하는 방법은 기형적이지만 이 도로 확장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럴 수밖에 없음을 군 당국도 주민들도 알고 진행했다는 것인데 이제와서는 북문지 성곽을 뜯고 위아래 도로를 폭 10m로 연결해 주라는 집단 민원에 해결 할 방법이 없다는 것.


만호성 북문지 오른쪽 성곽이 담장으로 된 집에서 어려서부터 살고 있다는 개발위원 박00씨의 말은 이랬다.

 “이쪽 성곽은 원래대로 있고요, 저쪽 성곽은 원래 것이 아녀요.  60년대 박정희대통령 시절에 새마을운동하면서 성곽 다 뜯어다가 바다매립한데 쓰고 그때 땅 주인들이 흙 무너지지 말라고 자잘한 돌들로 다시 쌓은 담장이어라. 무슨 문화재는 문화재여 여기 도로 연결되게 조금만 뜯자는 거지 땅속에는 몰라도 저건 우리가 쌓은 돌무더기 담장이라니까요” “ 쓰레기차가 중간에서는 못 돌링께 못 다녀 위아래만 확장해 논들 여기 좁은 곳 때문에 못 오는 디 무슨 소용이여라“.


그랬다, 북문지 오른쪽 성곽은 원래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왼쪽 성곽은 오른쪽과 연결위치가 많이 어긋나 있고 오른쪽 성곽처럼 큰 돌은 없이 자잘한 돌로 임시 쌓아 놓은 그냥 시골 밭두렁 담장이 분명해 보였다.

▲ 멈춰서버린 도시계획 도로 공사 모습.윗 사진을 반대편 아래쪽에서 본 모습, 중단된 이 부분 폭 약3m 길이 15m 만이라도 현상변경해 줄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민들이 요구하는 폭3m가량 만 이라도 왼쪽 성곽의 현상변경은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만호성 나머지 성곽부분들은 1999년 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에 이미 다 뜯겨 남아 있질 않고 그 자리에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상태가 아닌가.


남측 보호 구역 통과구간은 성과 관련된 유구 확인을 위한 발굴(시굴)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여 보존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전남도의 현상변경 허가서를 보더라도, 새마을 사업으로 다 뜯겨 원형은 없고 현 주민들이 쌓아놓은 북문지 좌측 돌무더기 담장은 주민생활 불편 해소 차원에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불가하다면 북문지 아래쪽 부분에 대형차량이 회전해서 되돌아 나갈 수 있는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호성 북문지 성곽은 뜯어 현상변경을 하게 될 것인가.
이 기형적인 도로는 현 상태로 마감될 것인가.
관·민간의 상승된 해결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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