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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의료원은 그간 추진해오던 '원지동 이전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사진=국립중앙의료원 제공)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은 그간 16년째 답보 상태인 서울 서초구 원지동 신축이전 사업 추진을 두고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사업 백지화를 공식화했다.
9일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그동안 원지동 이전을 전제로 실무작업을 진행해 오던 전담 조직(신축이전팀)이 지난 6일자로 해체됐다.
보건복지부로부터 ‘국가중앙병원 설립’이란 취지에 맞는 새로운 추진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 위치에서 자체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서울 강남과 분당에 인접한 의료공급 과잉지역에 경부고속도로와 화장장으로 둘러싸인 원지동 부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가공공보건의료 중추기관의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며 “더구나 최근 소음환경기준 초과 문제가 제기되는 등 부적절한 부지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현 추진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사업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행정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어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정기현 원장, 보건복지부 대안 촉구…“시간 허비할 여유 없다”
지난 2003년 시작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1958년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을 국가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실질적 총괄기관,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한다는 내용의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하지만 의료원 측은 이 사업이 결국 민영화와 재개발 논리에 밀려 ‘국가중앙병원 설립’이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고 주장했다.
원지동 화장장(현 서울추모공원) 사업 추진에 따른 인근주민 설득방안으로 이용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고, 결국 지금까지 16년째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으로 국가 필수의료를 총괄하는 의료원의 역할은 확대됐음에도 오히려 서초구 주민들의 중앙감염병병원 설치 반대와 도시계획 민원 등으로 신축이전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태다.
의료원 측은 새 병원 이전을 전제로 법이 정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과 의무가 사실상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지난 2월 실시설계에 들어가기 전 절차인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경부고속도로서 발생하는 소음의 환경기준 초과문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당시 과학적 검증을 위해 실시한 3차원 소음검토 시뮬레이션에선 고속도로 위 방음터널(600미터)을 설치하더라도 원지동 부지 전체를 2층 이상 병원건물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서까지 제출됐다.
이에 의료원은 “이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무의미한 논의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당사자로서 국립중앙의료원부터 사업 중단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반복·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의료원은 전담조직 ‘신축이전팀’ 해체를 이런 입장을 공식화하는 첫 단계로 삼아 인적·물적 행정력의 낭비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연초 설치한 ‘미래기획단’에 역량을 집중해 자체 비전 수립과 공공보건의료 총괄·중추기관으로서의 역할 재정립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은 “그동안 국가중앙병원 건립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가능한 현실적인 안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재개발 만능주의에 휩쓸려 사업을 축소 설계한 잘못이 크지만 더 이상 과거를 탓하고 오늘의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정 원장은 “보건복지부부터 새로 발견된 객관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신속하게 정책의 취지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