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 머잖아 모든 연금 기금이 고갈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세대에 과중한 짐을 지우는 셈이다.
최대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고갈 시기가 3∼4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41년 1778조원까지 기금액이 불어나는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해 보험료를 거둬 그해 연금을 주려면 미래 세대는 월급의 30% 정도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재정계산에 따른 추산이다.
국민연금을 수술해서 바꾸고 연명하지 않는다면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을 방치한 사이에 국민이 추가로 내야 할 부담액이 5년 새 약 37조~60조원에서 52조~81조원으로 15조~21조원 늘어났다. 연간 2조9476억원을 국민이 더 떠안는 것이다.
문제는 기금 고갈 대상이 국민연금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보전 금액이 국가재정에 주는 압박도 여간 큰 게 아니다. 정부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한 해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한다. 2020년 회계연도 결산 기준으로 정부가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준 보전금은 각각 1조6000여억원, 2조4000여억원이다. 약 3조1000억원에 달하는 보전금을 세금으로 채워 넣은 셈이다.
정부는 군인연금법에 따라 매년 군인연금에 보전금을 준다. 군인 월급에서 미리 떼어 낸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으로 급여를 주고 부족하면 정부가 메워준다. 2045년이 되면 보전금 규모가 2조7861억원까지 뛴다는 점이다.
보전금이 계속 불어나는 이유는 정부가 군인연금 개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군인연금 기여금 부담률은 7%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꾸준히 올린 공무원연금(8.25%)보다 낮다. 더욱이 연금가산율은 군인연금(1.9%)이 공무원연금(1.856%)보다 높다. 군인이 공무원보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인 것이다.
2030년에는 공무원, 군인연금의 적자 규모가 9조3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세금으로 대신 내줘야 할 누적 연금액이 50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다.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재정이 왜 이처럼 취약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군인연금은 1963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5.6명이고, 평균 수명이 52세였다. 지난해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고 평균 수명은 83세다. 연금을 낼 사람은 줄었는데 받는 기간은 30년 이상 길어졌다.
인구 감소는 이처럼 ‘사람 숫자가 줄어드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과 동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기존의 피라미드형(形)에서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뀌면서 사회 시스템을 송두리째 뒤집어버린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민 세금으로 채워 넣어야 할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보전금은 '미래세대를 억누르는 가장 큰 암덩어리'가 될 게 자명하다.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뒤 모든 정권은 좌우를 막론하고 공적연금에 칼을 댔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 지급률을 낮추거나 또는 지급 연령대를 높이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그때마다 노동계 등 이해단체의 반발은 강력했다. 하지만 연금 제도가 지속되려면 불가피했다. 초기 5.5%의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지금 18%대로, 3%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지금 9%로 오른 것은 이전 정부들이 십시일반 짐을 나눠 진 결과다. 한데 문재인정부는 연금 개혁을 회피했다. 정부 초기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2018년 8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개편 초안에 여론이 반발하자 청와대는 “정부안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여하튼 연금 보험료를 낼 청장년은 급감하는 데 연금을 받을 노인들은 폭증하는 사회에서 연기금 고갈은 불 보둣 훤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보험료를 더 내든지, 덜 받든지 ‘연금 기금 통합형 대개혁’이 시급하다. 대선주자들이 주요 정책으로 삼고 대안 모색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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