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의 세상만사] 성추행 피해자 외면한 여가부

/ 2021-08-11 13:21:57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총재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원순 사장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해 피해자에게 고통을 줬다는 것이다.

‘김영순 여성연합 대표·남인순 국회의원 (전 여성연합 대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정보 유출 사건’이라고 했다.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는 자평이다. 

피소 사실을 알게 된 박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경찰은 이를 이유로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 여성연합이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고 밝혀진 게 작년 12월이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데 7개월이 걸렸다.

■ 여성단체 피소사실 확인만 7개월 

남인순씨는 여전히 여당 국회의원이다. 피소 사실을 유출한 장본인이면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2차 가해를 했다. 그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는 7개월째 겉돈다. 서울시장 선거 때는 여당 후보 선거 캠프에서 공동선대북부장을 하다가 비판을 받고 중도 하차했다. 대선이 다가오자 이번엔 여당의 유력 후보 선거 캠프에 들어갔다. 지금도 여성계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하니까 그를 불렀을 것이다.

한국의 이른바 여성계는 여성을 가해한 사람이 건재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엔 박 시장 유족이 기자를 고소한다고 한다.

‘박 시장이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가해자가 명백하게 밝혀졌고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알려진 상황’이라는 글을 문제 삼았다. 사자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유족은 사건을 조사해 구체적인 성추행 행위를 밝힌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결정문을 취소하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부당하게 공격하는 사람에 대해 가차 없이 법적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등,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엔 텔레그램 메시지 등 성추행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시장 유족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피해자에게 너무나 심각한 가해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가 우선이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덮으니 사건 책임자들이 활개를 치고, 끝없이 피해자를 모욕하고, 심지어 가해자의 복권까지 시도한다.


우리나라 ‘여성계’는 이에 대해서도 별말이 없다.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당시 여가부는 스스로의 존재 근거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태로 일관했다.

박 전 시장 사건이 알려지고 닷새가 지나서야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고, ‘고소인’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자 다시 이틀 뒤 마지못해 ‘고소인은 관련법상 피해자가 맞는다’고 했다.

당시 장관은 국회에 나와 “두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는냐”는 의원들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세 차례나 답변을 피했다. 그러더니 ‘잘못이 있으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까지 바꿔가며 민주당이 서울·부산 시장선거에 참여키로 하자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기회”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 여가부 폐지론 "자업자득"

여가부는 “2차 피해를 막아 달라”는 피해자 측의 2차례 공식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여가부 전체가 여성을 상대로 한 두 전직 시장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를 덮으려 했던 정권의 방패막이 구실을 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치권의 논란과 별개로 여가부 공직자들은 부처 폐지론이 또다시 제기된 배경을 돌아보고 문제점을 자성해야 한다.


2001년 여성부로 출발한 여가부는 올해가 20주년이지만 잊을 만하면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자업자득인 측면도 적지 않다.

예컨대 박 전 서울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국민이 성인지를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는 엉뚱한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균형 잡힌 정책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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