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기초의원 선거구? “고양이에게 생선맡긴 꼴”

김수진 / 2018-03-27 11:23:04
4인 선거구제 놓고 거대·소수당 갈등 심화
기초의원정수, 광역의회 ‘입맛대로’ 가능성
“선거구 획정 권한, 선관위에 맡겨야” 주장도
▲ 서울시의회 제279회 임시회가 열린 20일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직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의원들이 4인 선거구제 확대 및 실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김광수 의원실>

[세계로컬신문 김수진 기자] “4인 선거구 포기는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고 지방자치분권을 거부하는 행위다” 


서울시의회 제279회 임시회가 열린 20일 본회의장에서 본회의 직전 의장석을 점검한 바른미래당 시의원 8명이 4인선거구제 당위성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본회의 전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 수정안에서 2인 선거구는 수정 전인 111개, 3인 선거구는 1개 증가한 49개, 4인 선거구는 삭제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시의회는 선거구 획정안을 제적 99명 중 55명이 출석한 가운데 찬성 5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조례안 통과를 반대하는 정의당, 바른미래당 당원과 일부 시민들이 항의하며 진행요원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4인 선거구란 1개 선거구에서 4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1개 선거구에서 2~3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를 중선거구제, 4인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를 대선거구제라 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당 1명의 의원을 뽑지만 자치구 시·군의원 선거는 보통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선거구제에서도 2인 선거구의 경우 집권당이나 제1야당 등 거대정당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4인 선거구는 소수정당도 선출될 수 있어 의원 진입장벽이 낮다.


시·군·구별 지역구 의원 정수는 광역의회가 결정하게 돼 있다. 집행부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획정안을 제출하면 광역의회가 이를 심의처리하게 돼 있다.

만약 획정안을 광역의회가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할 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된다. 사실상 선거구 획정 권한이 의원들에 있다 보니 이들 입맛에 맞게 결정할 수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3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구는 1031개소로 4인 선거구 수는 2014년 29개(2.8)보다 1곳 적은 28개(2.7%)로 확정됐다.

중·대선거구 확대가 필요하다며 각 시도별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3인 선거구 비율을 42.8%, 4인 선거구 비율을 6.7%로 높이는 안을 제출했지만 각 광역의회들이 수정한 탓이다.

선거구 획정안의 최종안 그대로 가결한 곳은 충북, 경남, 경북 3곳에 불과하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획정안을 광역의회가 그대로 준수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은 “3·4인 선거구제는 선거지역이 넓어지고 주민 의견을 가까이서 듣기 어려울 수 있는데다 자격 미달자가 당선될 수 있다”며 2인 선거구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방분권 등에 목소리를 높여온 거대 정당들이 선거구제 개편에서 ‘나눠먹기’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주축된 서울시의회가 4인 선거구를 모조리 2인 선거구로 쪼갠 담합안을 통과시켜 분노한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과제로 ‘지방의회 비례성 강화’가 명시된 바 있고 관련 내용을 개헌안에 제시했음에도 여당이 이를 지키지 않고 오히려 한국당과 기득권 지키기 담합에 나섰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광수(바른미래당·노원5) 시의원도 “지방선거 4인 선거구 포기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분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원안대로 3~4인 선거구를 확대시행해 지방분권과 선거제도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예 획정 권한을 의회가 아닌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시민주권연합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 최종권한을 광역의회에 일임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기초의회가 광역의회에 종속되는 결과만 유발하는 만큼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선거구처럼 선관위가 직접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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