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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솔 메이크업 아티스트.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내적 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대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티스트의 작업 결과물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아티스트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티스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열여섯 번째로,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직업이 아닌 삶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는 박한솔 씨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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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박한솔), 사진작가(김재인), 모델(보나).ⓒ박한솔 |
Q: 자기소개 및 입문 계기가 있다면.
A: 메이크업 아티스트 11년 차 박한솔입니다. 학생 때부터 관심 있던 B급 영화와 에일리언 같은 SF영화로 특수분장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에일리언은 당시 블록버스터급 상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각 등장인물이 가지는 캐릭터는 다른 SF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유니크함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며 와닿았던 느낌들은 ‘독특함이 대중성을 가졌을 때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특수분장 등에 더 큰 열망을 가지게 돼 메이크업을 전문으로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종종 ‘척추기립근’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저를 양쪽에서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근육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해요. 박한솔이라는 사람의 1/3을 함께한 동반자죠. 저의 중심을 잡아준 메이크업이라는 일은 크게 앓던 우울증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돼줬습니다. 처음 메이크업에 발을 들였을 때는 ‘직업’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심’이에요.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현재는 광고, 화보 등 헤어와 메이크업 업무를 기반으로 훌륭한 스태프분들과 해외 잡지 등 여러 매체 관련 작업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한 사진이 뉴욕타임즈에 게재됐는데, 메인으로 인터뷰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도 과거에 겪었고 아직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는 ‘우울’이라는 화두와 관련된 전시회를 위해 디렉터와 미술 담당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이 있다면.
A: 하나의 획일화된 아름다움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늘 주의하고 있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면서 누군가에게 기술을 서비스하는 전문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사람들 각자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늘 주의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흉터가 있고 점이 있다고 그것을 보기 싫은 것으로 치부해 무조건 가릴 필요가 없는 것처럼요. 미의 기준이 확고한 나라에서 그 기준으로 먹고살면서 사회 비판적인 개인 작업을 종종 하는 이유도 늘 이런 획일화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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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박한솔), 사진작가(김재인), 모델(유니).ⓒ박한솔 |
Q: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떻게 얻나요.
A: 많은 미술작품을 보며 그 색감을 피부에 올리면 어떨까 생각하는 편이에요. 특히나 구체관절 인형이나 다른 인형 리페인팅을 보면서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나 각종 영화·드라마의 특수분장을 보고 배우기도 해요. 사실 세상 모든 것에서 배울 점은 많은 것 같아요.
Q: 영향을 받은 작가(롤모델) 또는 작품, 이유는.
A: 작가 또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제가 이렇게 다양한 작업물을 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신 분이 계세요. 제가 20살 신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절 본인 얼굴에 얼마든지 실습할 수 있게 해주고 부족한 실력을 모델의 능력으로써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해주었던 지금은 일반 회사에 다니시는 분이에요. 또 이 일을 계속 지속할 수 있는지, 내가 실력이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때 옆에서 일도 소개해주시고 지금도 함께 일해주시는 도하 실장님 같은 주변의 인물들도 있죠.
덕분에 작품 보는 눈도 넓어지고 지금의 제가 한층 더 전문가다워지도록 길을 이끌어주셨던 분들이라 아직도 저에겐 큰 영향을 주는 분들이에요.
Q: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A: ‘생각의 감각화’라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감정, 사상, 미의 기준, 그냥 나라는 사람을 여러 감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표현해 다른 사람들도 자기만의 생각대로 읽어드릴 수 있는 하나의 감각 공유 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다른 작가 혹은 다른 분야와의 협업에 관한 생각.
A: 제 일은 혼자 실력이 월등하다고 해서 완성되는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모델이 있어야 저의 예술을 표현할 수 있고 사진작가가 있어야 그것을 남길 수 있어요. 늘 협업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저 자신을 한 명의 아티스트라고 하기보다는 미술 그림을 완성해 가는 하나의 브러쉬 정도로 각자의 그림체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것이 최고의 예의이자 곧 저 자신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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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박한솔), 사진작가(김재인), 모델(이나).ⓒ박한솔 |
Q: 프리랜서를 고민하는 분들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A: 개인적으로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정말 안 좋은 관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최대한 이 문제가 이슈화되기를 원하고 있었어요.
저의 첫 월급은 주 6일 48시간 근무를 계약으로 초과근무는 당연히 무급이었고, 지금도 미용 계통에 최저시급 안 되는 직원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많은 분이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기를 선택하시는데 여기서도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프리랜서가 된 후 연차가 어느 정도 되면 일을 구할 곳을 많이 알게 되는데 모든 곳에 자기 이름과 포트폴리오로 일을 계약하지만, 최저시급도 못 받는 현실에 지쳐 이제 막 시작한 프리랜서에게 일명 소개비를 떼고 일을 투입시키는 것이에요.
여기서 세금은 남의 이름으로 받게 하고 소개비를 현금으로 따로 받아가면서 하도급의 하도급이라고 불리는 불법을 “관습이라 그렇다”, “나도 이렇게 떼이면서 일했다”라며 정당화하는 분들이 매우 많이 늘었어요. 저 혼자서는 근절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런 불합리한 관습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영화나 광고 드라마 팀 프리랜서를 하고 싶으시다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마시고 정식중개 사이트를 이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프리랜서 시작할 때 물어볼 곳이 없어서 위의 관습이라는 불법 착취를 당했어요. 불합리한 하도급 하지도 받지도 않고 깨끗하게 일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길 바랍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브레이킹 블루’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마치고 나면 해외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요. 문화 선진국인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게 되니 견문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미래로 나아가자면 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경력이 단절되신 분, 환경에 부담 없는 화장품 등을 만들고 건강한 직업을 연결해주는 사회적 기업에 몸을 담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Q: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A: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획일화된 미의 기준으로 무조건 생산하듯 메이크업을 해주는 기계 같은 작업자가 아니라 나만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빛을 비춰주는 진정한 아티스트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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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박한솔), 사진작가(김재인), 모델(한솔).ⓒ박한솔 |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박한솔 아티스트/ 편집: 김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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