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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 |
해가 취해 웃다가
시인 박권수
명함을 쓰레기통에 넣다가 나도 따라 쑥 들어갈 때가
있다
구겨진다는 것은
한 번쯤 사람의 손을 탔다는 얘기다
모모 씨는 오늘도 번듯한 도로 가로질러
왁스로 세운 머리를 다듬고
출입문 높이에 맞는 마음의 각을 세우고
자신을 길들이고 있다
세월을 세일질 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
등골 조여 가며 헤헤거리는 그의 옷깃엔
점심에 먹다 흘린 국수 자국이 속절없이 웃고 있다
그림자 밟고 서 있을 때가 제일 든든하지
해 떨어지기 전 하루해를 다 마셔버리겠다고
쉼표 없이 뛰어든 아스팔트 위
그의 등뒤로 정지된 햇살
세상의 모든 각들에 선을 그어대던 해가
오늘만큼은 구겨진 것들의 골을 따라
웃고 있다,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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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1964년 충북 옥천 출생. 계간 《시현실》 2010년 신인상 등단. 시집 『엉겅퀴마을』(2016), 『적당하다는 말 그만큼의 거리』(2020). 현재 나라정신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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