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됐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19세기 말의 조선과 20세기 초 잠시 국가를 유지했던 대한제국 시대 상황을 그려 인기를 모았다. 외부세계 변화에 어두웠지만 탐욕스러운 지배층과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민초들의 투쟁이 눈물겨웠고, 이 땅의 주인은 왕이나 관리가 아니라 백성이라는 점을 일깨워줬다.
한반도 주변 4대 열강의 이전투구식 이권다툼의 희생양으로 출발했던 20세기는 일제 식민지 수탈,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 군사독재와 이에 맞선 민주화 투쟁으로 얼룩졌다. 눈부신 경제성장 뒷면에는 소득 양극화와 지역 차별이라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20세기는 식민지와 부당한 권력에 항거한 투쟁의 역사였지만 지상낙원은 펼쳐지지 않았다.
희망찬 꿈을 안고 시작해야 할 21세기도 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경제난을 수습하기도 전에 조선·자동차와 같은 주력 산업의 침체, 부동산 투기로 늘어난 1500조의 가계부채, 지역과 세대로 확산된 양극화 갈등, 보수와 진보의 막가파식 정치 충돌, 미소중일 4강의 양보 없는 패권싸움 등 내우외환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국민은 불안해 하고 있지만 기득권은 백척간두의 국가위기를 이권을 확보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호기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방도 어디로 가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방행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 국가 전체를 개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지방자치 평가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방자치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는 지역 토호들의 이권 쟁탈전으로 변질됐다. ‘풀 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이 돼야 하는 지방자치가 몰락한 이유와 해결방법을 제시를 통해 직업 정치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중앙정치를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개혁할 수는 없는지 고민했다.
선진국에서는 지방 자치정부와 의회에서 ‘주민을 위한 정치’ 경험을 축적한 지방 정치인이 자연스럽게 활동무대를 중앙으로 옮긴다. 지방자치가 민의와 국가봉사를 지상과제로 삼아야 하는 ‘바람직한 정치인의 길’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방자치가 집단주의와 사익 추구로 사생결단하는 중앙정치의 복사판으로 전락했다.
지방자치의 바람직한 모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치권을 부여 받았고, 중앙정부와 예산확보를 위한 투쟁은 가열차지만 정작 중요한 정책대결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지방행정의 현주소다. 지역 이기주의를 극대화하고 이권을 나눠먹는 수준의 지방행정으로는 작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되기에 국민적인 심판이 필요하다.
이번 기획 시리즈에서는 ‘중앙정치가 망해도 지방자치의 뿌리만 튼튼하면 국가는 망하지 않는다’는 선진국의 사례 등을 통해 분석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서울시, 부산시 등 광역 자치단체부터 시, 군, 구 등 기초 자치단체까지 지방의정을 분석하고 진단해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러한 연구에는 인구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지역도 행정은 낙제점 수준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감안했다.
단체장이 자치행정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경우에 해당 자치단체가 입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은 이미 경험했다. 지방의회도 의원들이 권력을 따라 중앙 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진다. 인구 고령화와 지역경제의 침체로 몰락하고 있는 자치단체를 살릴 수 있는 방안도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제시하려고 한다.
세계로컬타임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선진 사례를 파악하고 연구해 21세기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혁신을 주도할 계획이다. 이는 ‘언론은 ‘제4의 권부’로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감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존재가치가 입증된다’는 사실에 근거해 착수한 프로젝트다.
지방자치가 바로서지 못해 이 땅의 민주주의가 갈팡질팡하고 뒷걸음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개선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지방자치로 선정한 이유다. 이 운동은 세계로컬타임즈가 처음 시작하지만 뜻을 함께하는 수많은 지사들이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정 어린 조언을 기대하며 아직 깨어 있고, 살아 있는 대한민국 언론의 표상을 보이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정론직필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 지방자치 진단 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독자 및 관계자 여러분의 의견과 지적 역시 최대한 반영할 것이다. / 민진규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