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방자치 성장 위해 ‘5-Valley Model’로 대안 모색

민진규 / 2019-01-24 15:01:27
연중 기획 [지방자치 행정 해부]
2. 지방자치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지방은 분권과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종합청사를 세종시로 옮기고 지방에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했지만 지방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오랜 속담은 21세기 글로벌 디지털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지방자치가 정착되지 않는 것은 한국 정치제도가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국민의 자치권부족인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수천 년 동안의 양반 신분제와 왕조 시대에 익숙한 국민에게 지방자치는 몸에 어울리지 않는 제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설사 국민의 몸에 자치 근성이 부족하다고 해도 민주주의 꽃이라고 부르는 지방자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에 국가정보전략연구소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작금의 지방자치를 진단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인 ‘5-Valley Model’을 개발했다. 다수의 단체와 언론도 지방자치를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해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와 다른 ‘5-Valley Model’의 세부 지표 특성을 파악해 보면 다음과 같다. 


높은 관심·애정 불구하고 자치행정 개선되지 않아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를 대상으로 총 43개 영역, 94개 객관적 지표로 한국지방자치경쟁력지수평가(KLCI)를 평가하고 있다. 경영자원, 경영활동, 경영성과 등으로 대분류하고, 이하 각 세부 분야별로 구성돼 있다. 


경영자원은 인적자원, 토지자원, 인프라자원, 경제문화자원 등 4개 항목에 27개 지표, 경영활동은 행정운용 효율, 재정운용 효율, 산업경영 효율, 세계화·국제화 등 4개 항목에 25개 지표, 경영성과는 인구동태, 주민생활, 보건복지, 교육문화관광, 행·재정, 환경안전 등 6개 항목에 42개 지표로 평가한다.

전국 22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식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정책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기존 지표를 제외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 점수는 1000점 만점에 경영자원과 경영활동이 각 300점, 경영성과가 400점으로 배분했다. 


2018년 조사결과 자치경쟁력이 가장 높은 곳은 시는 경기 화성시, 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자치구는 서울특별시 중구인 것으로 각각 드러났다. 하지만 전체 1위를 기록한 화성시도 1000점 만점에 총 572.34점으로 낙제점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만 개선방향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비영리민간단체인 여의도정책연구원(YIP)는 한국기업평가원과 공동으로 지자체를 의료, 복지, 공동체 의식 등 정량 및 정성 지표 10개 부문 40개 세부 지표를 지수화해 평가한다. 생활인프라, 주거, 교육 등의 지표로 지자체의 행복지수를 평가하고 있다. 이는 민간단체가 행복지수를 개념을 적용해 지방자치를 평가한다는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여의도정책연구원은 양극화 사회에서 국민의 행복을 측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효율적인 운영, 미래 지향적 발전전략 수립, 열등한 정책의 보완 및 지원전략 수립 등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평가를 진행한다고 강조한다. 사실상 지방의 규모나 명성과 주민들의 주거, 교육서비스, 환경, 안전 등에 대한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여의도정책연구원 이외에도 매년 다수의 언론사, 시민단체, 경제단체 등에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경영대상 등을 수여하고 있다. 지방자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애정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평가 결과가 지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매년 수십 개의 지자체가 다양한 단체와 언론기관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았지만 지방자치 행정이 개선됐다는 징후를 찾기 어렵다. 평가지표가 잘못된 것인지, 지방자치단체가 평가를 위한 전시행정에만 몰두해서 그런 것인지 혹은 다른 문제점이 있는지는 누구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부 행정전문가는 ‘자화자찬’식의 동네잔치에 정작 음식과 손님은 없는 격이라고 평가한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5-Valley Model 지표와 의미


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지방자치를 평가하기 위해 동서양의 지방자치 역사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지방자치도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발전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성공한 모델이 다른 국가에서는 통용되지 않거나 과거에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현재에는 먹히지 않는 정책도 많다. 


한국의 지방자치를 평가하기 위한 모델의 명칭을 ‘5-Valley Model’, 한국 명칭으로는 ‘오곡벨리모델’로 결정한 것은 모든 문명은 ‘배산임수’를 기반으로 하는 계곡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탄생과 발전에 강과 계곡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평가된다. 


높은 산을 뒤로 하고 도도히 흐르는 강을 앞에 둔 드넓은 계곡은 온갖 곡식과 과일을 재배할 수 있어 주민들의 풍부한 먹거리 확보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한자로 오곡은 ‘오곡(五谷)’이나 오곡(五穀)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전자는 5개의 계곡, 후자는 5가지 곡물을 의미한다. 


오곡은 쌀·보리·조·콩·기장 등 5가지 곡식으로 한민족이 5,000년 동안 먹었던 곡물이다. 중국에서 오곡은 참깨·콩·보리·수수·피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오곡은 단순히 특정 곡물의 종류를 지칭하기도 하나 사람이 먹는 온갖 곡식(穀食)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성이 높다.


또한 영어로 벨리(Valley)는 ‘계곡’으로 미국 IT산업의 성지로 불리는 실리콘벨리가 있으며, 한국에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테크노벨리가 있다. 2010년 이후 기술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ㅇㅇ벨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파탄지경에 빠진 한국 지방자치가 기술 스타트업(start-up)이 혁신을 무기로 유니콘(unicorn) 기업처럼 성장하듯이 쑥쑥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모델의 명칭을 결정했다. - 다음 호에 계속 - / 민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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