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엔 회초리, 野엔 기회’ 준 4·7 재보선

/ 2021-04-08 15:31:10
민심 수렴 세계 도시들에 경쟁력 앞서는 시정 펼치길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형준(왼쪽) 부산시장·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 (사진=뉴시스)

4·7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꺾으면서 10년 만에 서울시장을 탈환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의 박형준 당선인이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두 배 격차로 꺾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보수 계열 정당의 완승은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이후 약 9년 만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과 정책 실패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는 최종 득표율 57.50%를 기록하며 박영선 민주당 후보(39.18%)를 18.32%포인트 앞섰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오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박형준 후보가 62.67%를 얻어 34.42%를 기록한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총선 후 1년 만에 180도 뒤집어진 민심은 여권의 문제가 쌓였던 탓이다. 

소속 지자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후보를 낸 것부터 원칙을 어긴 일인데 여권 인사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칭송하며 20대 여성 표를 내팽개쳐 격차 벌리기에 일조했다.

문재인 정권이 지난 4년 동안 ‘촛불 정신’과 ‘적폐 청산’을 외치며 폭주 정치를 한 데 분노한 민심이 회초리를 든 것이다. 

투기 청산을 외치면서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등한시하고도 부동산 정책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오만을 내비쳤다. 

여권의 위선과 불공정, 폭주·무능·분열·오기 정치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를 외면하고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이 같은 ‘내로남불’은 현 정권의 최대 지지 기반이었던 2030세대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을 만들어 주고 다시 제동을 건 국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여당은 야당을 배제한 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을 강행하고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이나 차별금지법, 낙태법 등은 외면했다. 

취약계층,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체성을 잃고 기득권 정당이 되어가는 민주당의 현주소다. 지지 기반인 서민과 약자의 삶을 외면한 채 적폐 청산을 밀어붙이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은 정책 기조 전반을 대전환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선 전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집값 폭등과 일자리 쇼크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반(反)시장·친(親)노조 입법을 대폭 손질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차제에 외교안보 정책의 틀도 바꿔야 한다. 현 정부는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 과도하게 매달리느라 북한 비핵화에서 아무런 성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제는 국익과 안보를 위해 중국 눈치 보기와 북한 집착증에서 벗어나 자유·인권·법치를 중시하는 가치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

국민의힘도 과거처럼 자만에 빠진다면 외려 내년 대선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기록했던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1 야당의 위상을 회복하면서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야권의 승리는 반사 이익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얼마나 체질개선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야당이 2002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도 6개월 뒤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했던 쓰라린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뼈를 깎는 쇄신과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는 대통합에서 야당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공정 가치를 앞세워 더 나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실력을 쌓아 야당의 유능함과 도덕성을 보여줘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년 만에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으나 도취는 금물이다. 

중앙정부와 시의회가 민주당 일색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무상급식 반대를 고집한 10년 전처럼 시의회를 무시하고 자기 정치를 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대책도 정부 비판은 쉽지만 재건축·재개발을 확대하며 집값을 잡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제 보유세 강화로 집값이 안정 효과를 내기 시작한 점을 감안해 정부 정책 기조와 발맞출 필요가 있다. 

반대하는 것으로 튀려 하지 말고 정부·여당과 조율하며 서울시정을 이끌기 바란다.

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세계화·지방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가 뿌리 내릴수록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도 생활정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오세훈 서울·박형준 부산시장의 역할이 크다. 민심에 귀 기울여 세계 유수의 도시들과 경쟁력에서 앞서가는 시정을 펼쳐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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