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태종호
일요일 오후
산 밑 언덕배기 학교운동장엔
나와 손자 둘뿐이다.
학교가 이다지도 조용할 때도
학교운동장이 이렇게
넓을 수도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손자와 둘이서
술래놀이를 한다.
술래가 된 손자의 음성이 갑자기 다급해진다.
내가 너무 오래 숨었나보다.
아무도 없는 우주공간에
홀로 서있는 것처럼
소리쳐 할아버지를 부르고 있다.
나가서 손자를 꼭 안아 주었다.
손잡고 집에 오면서 손자가 묻는다.
할아버지는 호랑이(띠)니까
다 물리칠 수 있지?
벌도, 모기도, 도깨비도 다. 하면서
다짐을 한다.
그렇다.
나를 믿고 있는 이들에게
그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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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태종호 |
전북 임실 출생
시인, 평론가. 언론인, 통일운동가
한민족통합연구소 대표
2017년 백두산문학 신인문학상(시)
2018년 한국불교문학 신인상(평론) 으로 등단
광복 70주년기념 ‘8천만 통일의 노래’ 작사
국민포장, 국토통일원장관, 통일부장관표창(통일부문)
대통령상, 국회의장상, 국무총리상(웅변부문) 수상
저서 시사칼럼집 <통일직설>(2018년)
태종호의 <통일기행 국내·국외>(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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