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파꽃은 피워놓고 그 곁에 잠이 들고 싶은 날이 올 것 같았다

황종택 / 2021-10-14 15:35:46
시인 정윤천
▲정윤천 시인
파꽃은 피워놓고
그 곁에 잠이 들고 싶은 날이 올 것 같았다

                                    시인 정윤천

맨 처음 너에게로 가까워져 갔을 때
너는 앞을 쳐다보며 있었고
나는 동그랗고 커다란 지구의
뒤편에서 걸어가
거기까지 닿았다
너는 너무 한참 동안이나 거기 서 있었던 것 같았고
나는 너무 오래 걸려서
거기에 닿았다
지하철 극장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회랑이
깊고 붐볐다
머리 위의 태양이
아직 커 가는 한낮을 어루만지며 있는 중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자꾸만 어디선가
파꽃 같았다
파꽃이라고 피워 놓고
그 곁에서 잠이 들고 싶어지는 날이
올 것 같았다
나는 저 청색의 꽃 몸통 하나를
오래 기억해야 할 것 같았다
맨 처음은
동그랗고 기인 지구의 뒤편에서 걸어와
피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인 것 같다
그것은
파꽃보다 하얗게 부퍼 올랐던
순식간의 속으로 였을 것 같았다.

<작가 약력>
▲전남 화순 출생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지리산 문학상

계간 시와 사람’ 편집주간

계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라

발해로 가는 저녁

시화집 십만년의 사랑

현재 예술카페 첫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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