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한보영 장편소설 ‘그 여배우 이야기’ 화제

황종택 / 2021-09-21 15:42:33
연예인 사생활 밝은 기자 시절 취재비화 소재
▲한보영 소설가
문학(文學)은 언어를 예술적 표현의 제재로 삼는다.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인간과 사회를 진실 되게 묘사하는 역할을 한다. 언어를 통해 인간의 삶을 미적(美的)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문학을 일컬어 특정 주제를 가진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특히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해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내는 소설은 인간 삶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소설 장르가 추구하는 특성을 충족한 작품이 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보영(韓寶榮·85) 작가가 쓴 장편소설 ‘그 여배우 이야기’(도서출판 도화)가 화젯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오랜 산고 끝에 분만입니다. 쓰다 말다 쓰다 말기를 거듭했을 뿐만 아니라, 써놓고 지우기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되풀이 했습니다.”복싱이 스포츠 종목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 MBC 복싱해설위원으로 활동한 낯익은 얼굴의 한 작가는 스포츠와 연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해온 기자 출신이다. 1960년대부터 1세대 연예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해 서울신문에서 발행한 주간스포츠와 스포츠서울에 재직할 때는 스포츠기자와 주요 복싱 경기 해설 방송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실존 인물의 기록성 스토리 아니냐?” 질문 쇄도

사회상 등 상징화소설 특성 충족한 작품 주목


2004년부터는 저술활동을 시작해 프로복서 평전인 ‘한국의 세계 챔피언들’을 펴내고 이어서 소설집 ‘개새끼의 변명’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인생 2막을 맞이해 ‘조선문학’지 제정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주로 단편 소설을 발표하다가 이번에 낸 장편 ‘그 여배우 이야기’는 기자시절의 취재비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보영 작가는 ‘서울신문’ 대표 매거진인 ‘선데이 서울’의 방송사 출입기자로서 활약한 바 있다. 본격적인 방송계 출입기자 삶을 산 시간이 이때였다고도 자평했다.

“기자는 많은데 방송사를 제대로 찾아다니는 기자가 의외로 적었습니다. ‘선데이 서울’에 있을 때는 정말 탤런트, 연예인들 일에 제가 많이 좌지우지했던 것 같습니다.”

이름만 대면 쉽게 알 만한 연예인 사생활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연예사를 들춰내는 종합편성채널 TV 프로그램 출연이 잦았다. 한 여성 탤런트는 한보영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선생님, 그런 방송에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라면서 넌지시 말을 건네기도 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소설 ‘그 여배우 이야기’는 팩트가 있는 실존 인물의 기록성 스토리가 아니냐, 구체적으로 이름을 대며 아무개 배우가 아니냐는 등의 질문에 시달린다고 소개했다.

▲장편소설 '그 여배우 이야기' 표지
“표지의 그림 소재도 내가 가면이 적절하다고 출판사에 제안을 했다. 내용은 특정 인물 한사람에 집착하지 않고 많은 비화를 쏟아낸 시대적 공통분모를 찾아내는데 주안을 두었다. 물론 일부는 특정 인물의 실화를 모티브로 가져오기도 했다. 분명한 형식은 논픽션이 아니고 소설이다.”

한 작가는 소재가 되어준 시대의 인물들이 여전히 살아 있을 경우도 있어서 그들이 오해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설의 첫 장은 ‘여배우의 죽음’이란 주제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지성미라는 인기 여배우가 그로부터 얼마 후 돌연사한 사건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1인칭 주인공 ‘나’는 배우의 매니저 역할까지 하며 딸 하나를 키우며 직업기자로 활동하는 여성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활동 배경을 재력 있는 집안 출신 플레이보이 7명의 이름이 연예인 스캔들의 화제를 만들어 내던 시기인 ‘유신시대’로 설정하고 있다. 영화와 TV드라마에서 인기를 모으며 등장한 스타들 중에서 7공자를 비롯한 재벌 2세나 각 분야 세력가와 연계된 염문이 꾸준히 터져 나왔던 시절, 이름이 주로 이니셜로 연예지에 공개되었던 사람들의 이면 이야기를 새롭게 공개하는 비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로맨스가 매춘으로 들통 나기도 하고 아기까지 둔 사실을 감쪽같이 숨기며 선망의 스타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며 활동한 여배우 등 그 시대의 연예계 배우들의 활동 이면의 비화를 두고 작가는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벌써부터 독자의 기대를 바라는 건 작가의 과욕일까. 부끄럽지만 독자의 공감에 다가가려는 용기와 만용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소설에 대한 기대를 겸손의 말로 대신했다.

한보영 작가는 2017년 4월 손자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단편소설 ‘너와 나의 끈’으로 월간 문예지 ‘조선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꾸준하게 단편소설을 문예지에 게재하면서 소설가로서 새로운 삶을 그려가는 중이다. 전라북도 남원 출신으로 전주사범학교와 서라벌 예술대학 졸업.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황종택

황종택

뉴스, ESG, 지방자치, 피플, 오피니언, 포토뉴스등 기사제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