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의 세상만사] 전두환, 용서받지 못한 대통령

/ 2021-11-29 15:59:43
▲나경택 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전두환 전 대통령이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채 한 달도 안 되서다. 박정희 정권 몰락의 정국 혼란을 이용해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던 신군부의 1·2인자가 연달아 눈을 감은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유족을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는 뜻을 남겼지만, 전 전 대통령은 끝까지 사죄하거나 참회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 민주주의 퇴보 결정적 역할

전 전 대통령은 쿠데타와 광주학살, 강압통치로 우리 현대사에 깊은 상흔을 남긴 철권통치자였다. 

 

박정희 정권에 이어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짓밟고 만들어낸 신군부의 군정 연장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또다시 가로막았다.


대법원이 늦게나마 이들을 군사반란 및 내란죄로 단죄함으로써 “쿠데타는 처벌받는다”는 준엄한 교육을 역사에 새겼지만, 신군부의 권력 찬탈로 인해 한국 민주주의는 10년 이상 정체 내지 퇴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전두환 시절은 공포정치, 강권통치가 횡행했던 한국의 암흑기였다.

사회악 일소 특별조치의 하나로 설치한 삼청교육대는 인권 탄압의 대명사였다.

신문사·방송사·통신사를 강제로 통폐합하는 반민주적 조치도 그때 이뤄졌다.

1963년 개국해 방송 문화를 선도했던 동아방송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회 출신 정치군인들과 추종자들이 정부 요적을 차지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도 장악했다. 그의 통치 시기는 광주학살이라는 태생적 원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광주학살 진상 규명 및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 긴장이 최고족에 달하고, 숱한 대학생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도 했던 어두운 시기였다.

정권 말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을 계기로 민주화 열망이 증폭되고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물결이었다.

경제 분야에선 비교적 나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집권 초 어려웠던 경제 여건 속에서 먼저 물가를 안정시키고 뒤이어 경제성장도 함께 이뤄냈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으로 중화학 공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꿨다.

집권 후반기엔 때마침 세계적인 3저 호황(저달러, 저유가, 저금리)이 겹쳤다.

당시 고도성장엔 이런 외부 환경의 영향도 컸다.

그 과정에서 자라난 정경유착과 친혁명 비리는 어두운 그림자였다.

끝내 사과하지 않고 떠나 

대통령 재임 시절 재벌 총수들에게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지만 현재까지도 956억 원을 미납한 상태다.

그래놓고 왕년의 부하들과 골프를 즐기고 고급 호텔에 숙박하는 등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도 예금통장에 29만 원 밖에 없다고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똑같은 뇌물 혐의로 2629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은 늦게나마 완납했다. 권력의 공포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이를 통해 최고 권력을 만끽한 통치자였지만 퇴임 후 5공 청문회, 백담사 유배, 내란 수괴 구속, 무기징역 확정 판결 등 법적 정치적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사면으로 그의 실제수감 기간은 약 2년에 그쳤지만 ‘학살자’ 낙인은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좌우 진영과 지역, 계층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과 갈등이 격화된 출발점이 바로 전 전 대통령 집권 과정이다. 이 갈등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 격동의 현대사 중심에서 서 있던 전 전 대통령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 전 대통령이 5·18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떠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5·18 희생자 중 한 사람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다. 이제 어두웠던 역사의 기억도 그와 함께 떠나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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