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아버지의 잔

홍윤표 / 2021-09-19 16:20:55
시인 이오장

아버지의 잔

시인 이 오 장


볏가리 지게질에

허리 굽은 아버지

논두렁에 지게 세워두고 

벌컥벌컥 들이 킨 막걸리 사발 속으로

쭉 빨려 들어가는 논바닥

순식간에 들판을 삼킨 아버지

성큼 허리 펴고 일어선다


호미 팽개치고

자동차 운전하는 나는

바닷가 찻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힘차게 

찻잔 바닥까지 들이켜도

바닷물 한 방울 들어오지 않는다


아버지는 지금쯤

하늘까지 마셔버리고

구름 타고 다닐 텐데

내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바닷물 마시는 갈매기가

눈앞에서 어깃장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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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부천문인회 명예회장.

5회 전영택문학상, 시문학상 수상.

시집: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16.

동시집: ‘서쪽에서 해뜬 날’ ‘하얀 꽃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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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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