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여전한 고통…“맥도날드-정부는 공범”

김영식 / 2019-04-03 16:35:29
시민단체, 국가배상청구 소송…“피해 아동, 매일 10시간씩 투석치료”
▲ 이른바 햄버거병 사태와 관련, 피해 아동 어머니 최은주(사진 왼쪽) 씨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맥도날드에 대한 검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 2016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이른바 ‘햄버거병’, 즉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피해 아동 가족과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시민단체 등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검찰 수사가 종결됐음에도 맥도날드와 공무원 간 유착 및 은폐 의혹 등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 먹은 여아…920일째 투석 치료 중


3일 피해 아동 A양의 어머니 최은주 씨와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맥도날드에 대한 재수사 요구와 함께 식약처‧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에도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먼저 ‘햄버거병’ 관련 맥도날드에 대한 재수사를 검찰에 촉구했다.


A양을 비롯해 지난 2016년~2017년 기간 총 5명의 아동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HUS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검찰은 맥도날드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현재 검찰은 지난해 2월 패티 제조사 맥키코리아만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 재판에 넘긴 상태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최 씨는 “의료진 설명을 통해 아이의 HUS 발병 원인균이 장출혈성대장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이후 질병관리본부 및 식약처에 수차례 발병사실과 역학조사를 위해 신고했으나 모두 묵살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당시 제 신고 접수를 받은 공무원이 맥도날드 매장을 철저히 점검하고, 그 무렵 사용된 패티를 수거해 균 검사를 했다면 지금 맥도날드 측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무혐의’라고 주장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재판 중인 맥키코리아에 대한 수사 과정에선 맥도날드 측의 사실은폐 의혹 등이 불거졌다.


2016년 당시 문제의 패티 재고가 10개 매장, 총 300개들이 15상자가 남아있었음에도 맥도날드-맥키코리아-지자체가 유착해 이 같은 사실을 숨겼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식품관리안전지침에 따르면 식품 오염 사실을 알게 된 업체는 이를 즉시 외부에 공표하고 해당식품의 판매 중지는 물론, 재고도 모두 회수해야 한다.

“식약처‧질병관리본부의 신고자 민원 묵살이 사태 키워”


이에 대해 최 씨는 “맥도날드 100% 납품업체인 맥키코리아는 2016년 6월 세종시 한 공무원으로부터 해당업체의 패티들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될 것이란 검사 결과를 미리 귀띔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이 직접 나서 맥키코리아가 식품위생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사회에 공표’마저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사실상 모든 행정적 조치를 도왔다는 것이다.


최 씨는 또 “맥도날드도 이 같은 사실들을 당시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심지어 맥도날드의 김모 상무는 휴가 중인 직원을 시켜 ‘해당 패티 모두 소진’이란 거짓 이메일 발송을 지시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문제의 오염 패티’가 수백억 원어치 실제 납품됐으며, 이를 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맥도날드는 그의 몇 배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특히 국민 건강관리의 책임부처인 질병관리본부‧식약처가 최 씨 신고를 묵살한 데 이어 현장 점검조차 진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이 단체는 “당시 최 씨 신고에 대해 묵살이 아닌 접수 뒤 현장 점검을 벌였다면 패티와 생산일자, 유통기한이 동일한 재고가 남은 상황에서 균 검사까지 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2017년 7월 검찰 고소 이후 당시 피해 아동이 섭취한 패티가 남아있지 않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맥도날드가 불기소처분을 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17년 7월 정춘숙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네받은 빅데이터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1~2016년 6년 동안 HUS로 판명돼 진료 받은 건강보험 환자 실인원은 총 1,05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치하는엄마들은 “이 같은 사실에도 정부는 역학조사는커녕, 모든 것을 피해자 가족이 입증하도록 방치한 죄가 있다”면서 “햄버거병 사태는 단지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할 사안이 아니라 이제라도 정부가 진상규명에 나서 음지에 있는 피해자를 구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햄버거병 사안과 관련해 맥도날드 측은 여전히 ‘무혐의 처리된 사안’이란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 씨 딸 A양의 경우 발병 이후 신장 기능 약 90%를 잃어 매일 10시간씩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로 920일째를 맞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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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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