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보랏빛 눈동자

홍윤표 / 2021-11-14 16:54:54
시인 황영애

보랏빛* 눈동자

  시인 황 영 애 

 

노랑으로 이어진 삶, 그 바탕에 대해 생각한다

노랑을 뜯어내자 샛노란 힘줄이 울퉁불퉁하다

 

귀로 듣는 체온은 늘 설레는 법이어서

귀밑이 붉다는 말은 노랑이 넘친다는 말,

입체적이진 않지만 회화적으로는 그 만의 오래된 사유,

동공이 보라면 풍경도 보라일까

 

어둠이 노랑으로 덧칠하는 저녁

꽃의 여백에서 마른장마 냄새가 나는 건

노랑에 보라를 탄 듯, 보라에 노랑을 탄듯

희석되지 않는 삶의 바탕이겠지만

 

햇빛에 물든 해바라기는 왜 노랑에 눈이 먼 걸까

낮도 밤도 자정도 정오도 노랑, 노랑

꽃의 체액이 노란 건 후천적 유산이므로

 

머리카락이 노랗게 물들고 나서야

정신을 놓은 건 오래된 그의 임파스토 기법,

화풍은 대물림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고개를 꼿꼿이 쳐들 수 없는 건 머리가 무겁기 때문이 아니라

하체에 얼마나 빛이 차오르나 지켜봐야 하기 때문

 

붓에 노랑을 듬뿍 찍어 노랑 바탕에 그리는 보랏빛 눈동자

노랑의 오색에 흠뻑 젖은 무채색의 빈세트 반 고흐,

노랑이 낙관인 한 점의 해바라기가 보라를 견디고 있다

 

 

*보랏빛 눈동자로 표현된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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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경북안동출생 한국문인협회원충남시인협회 사무차장당진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시집 '내가 낯설다' 당진올해의 문학인 선정, '사과 껍질에 베인 상처에 대해' 충남문화재단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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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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