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위험의 외주화’ 여전…사망자 98% 하청업체 직원

김영식 / 2019-10-15 11:56:39
고 김용균 사망사건에도 열악한 근무환경 ‘변화 전무’
▲ 지난해 12월 발생한 고 김용균 씨 사망사건에도 발전소들의 위험의 외주화 사안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태다.(사진=뉴시스)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 씨 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해 5대 발전소를 중심으로 사회의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는 여전히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 사망사고 이후 사회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돼 소중한 목숨을 잃는 노동자 수는 줄어들지 않았으며, 특히 이들 대다수는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주장이다.


◆ 최근 5년 사상자 271명…13명 사망자 전원 외주직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인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내 5개 발전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간 안전사고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한 명을 포함해 총 17명의 사상자가 올해 이미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김 씨가 사망한 지난해 12월 이후 발전소 현장 근무 여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이후 최근 5년 간 5곳 발전사에서 작업 도중 숨지거나 다친 직원은 총 271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김 씨와 같은 협력업체 직원은 265명, 무려 98%에 달했다. 특히 사망자 13명은 전원 협력사 노동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가 발전소의 ‘위험의 외주화’ 사안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발전소 현장에선 여전히 협력사 직원들만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며 “발전사들이 적극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한국남부발전이 사상자 102명(38%)으로 가장 많았으며, 남동발전은 58명(21%), 중부발전 50명(19%), 서부발전 39명(14%), 동서발전 21명(8%) 순이었다. 사망자 수는 김 씨 사고가 발생한 서부발전이 4명(31%)으로 가장 많았고, 중부발전 3명, 나머지 3개사가 2명씩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김 씨 사망사건과 맞물려 ‘위험의 외주화’ 논의가 공론화된 만큼, 당시 김 씨가 일했던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를 집계한 자료도 별도 공개됐다.


이날 위성곤(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지난달까지 총 10년 간 서부발전이 운영 중인 발전소 내 발생한 산재는 72건에 달했다. 사망자 수는 총 13명으로, 이중 정규직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사고 건수의 85%인 61건은 김 씨가 일했던 태안발전소에서 발생했으며, 모두 13명의 사망자 가운데 12명이 이곳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위 의원은 이 같은 서부발전 행태에 대해 ‘안전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갑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고 김용균 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자신의 잘못은 축소하며 안전사고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사고의 근본 원인은 위험한 작업환경과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 서부발전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고 김용균 사망사고 특조위가 발표한 발전소 사망재해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김 씨 사망 이전 태안발전소 소속 하청업체 직원들은 안전을 이유로 서부발전에 주요설비 개선 등을 요구했음에도 태안발전소에서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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