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부스 찾아가니 텅빈 천막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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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2023 부안문화재야행 첫날 야행길에 전혀 인적이 보이질 않는다. |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조주연 기자] 수억 원의 세금을 들인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무관심속에 치러졌다. 정부가 긴축 재정에 들어가면서 무분별한 예산 지원 중단과 엄격한 사업선정 기준 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지역 내 문화유산과 그 주변의 문화 콘텐츠를 하나로 묶어 야간에 특화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문화재야행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체험자가 있어야 의미 있는 사업이다.
그렇게 올해는 서울 정동야행을 비롯해 전국에서 총 47개 문화재야행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 20일 그 사업 중 하나인 전북 부안문화재야행 개막 현장을 들여다 봤다.
부안문화재야행은 ‘행복을 꿈꾸는 당산길’ 이란 주제로 진석루 옛터, 지금의 부안군청 일원에서 단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부안문화재야행의 성공적 추진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공식 홈페이에서 시작됐다.
행사장 방문 전 부안문화재야행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한 공식 홈페이지는 당일 개막식 직전까지 먹통을 보였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라는 메시지만 노출 됐다. 하지만 부안군측은 개막식이 끝날때까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날 취재진이 부안군측에 홈페이지 먹통 사태에 대해 문의했지만 이틀차인 21일에도 홈페이지의 먹통 사태는 똑같이 일어났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야행 사업에서 의전 등 겉치레식 개막식 등은 자제하라는 입장이다. 부안군은 야행 첫날 개막식을 마련했고 메인무대에서 공연과 퍼레이드 행렬 입장, 개막선언 등을 진행했다. 지켜보는 관중은 행사 관계자와 공무원을 제외하면 드물었다.
퍼레이드 행렬 선두는 권익현 부안군수와 김광수 부안군의회 의장 등이 전통의상 차림으로 위치했다. 이들이 부안군청 광장 진입 직전 나무문을 통과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부안군 관계자의 재 촬영 요청에 3번을 반복하는 넌센스를 보였다.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넌센스였다.
촬영용 야행 퍼포먼스로 비춰졌다.
메인무대 앞에 마련된 의자는 채 100개도 되지 않았는데 빈자리 많았다. 개막선언 후 개막공연이 펼쳐질 때 의자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는 관중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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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안문화재야행 첫날 개막공연을 지켜보는 관중들 |
프로그램은 어땠을까?
부안문화재야행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두 번째로 비중있는 야로 컨텐츠 ‘돌아온 오리 귀향제’가 21시, 동문안 축복길에서 이어졌다. 이곳에서도 행사, 공연 관계자를 제외하고 관광객, 관중으로 보이는 사람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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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문화재야행 첫날 동문안 축복길에서 진행된 야로 공연에 공연진만 있고 관람객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
‘먹는 체험’으로 한 교회 앞에서 커피와 차를 판매한다는 ‘목마르거든’ 이라는 천막은 텅 비었고 찐 옥수수를 23시까지 판매한다는 오리 주막도 그냥 테이블과 의자뿐이였다.
떡을 무료로 나눈다는 7번 천막에 도착한 3명의 학생은 “떡을 모두 나눠줘 없다”는 말에 아쉬움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취재진이 “관광객을 거의 찾아볼수 없는데 어떻게 벌써 떡이 바닥 났으냐”고 묻자 “공연 관계자 등에게 나눠주다 보니 모두 소진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만의 떡 잔치를 벌인 셈.
부안문화재야행 리플렛에는 많은 정보가 담겼다. 하지만 화장실이 있지도 않은 건물에 화장실 표시를 안내해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체험을 유도하기 위해 스티커 6개를 모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스티커를 얻을 수 있는 한 그리기체험장은 재료가 소진됐다며 21시께에 천막을 철수했다.
부실하고 주먹구구식 진행 모습은 부안문화재야행 현장 여러곳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이 이틀간의 행사에 정부의 지원을 포함한 세금 3억 원이 투입됐다.
부안군 관계자는 “부안문화재야행은 조용하고 꾸준히 민속문화재 알리기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문화재 기피현상이 되고 있는 요즘 현 시대에 문화재가 있으므로 재산권 침해만 받는게 아니고 장기적을 봤을때 경제 관광이나 문화 인프라 적인 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건물 높이 세우고 도로 넓히는 것이 아니라 어느지역에서도 보기 어려운 풍속 민속 문화를 계속 이어 나간다면 이 지역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문화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재정은 한정돼 있고 정부는 최근 긴축재정에 나섰다. 사업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예산지원은 분명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