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꽃의 치장

홍윤표 / 2022-08-15 15:30:16
시인 김 미 향

꽃의 치장

             

              시인 김 미 향

 

오래전 버려진 쓰레기 더미가 방치된 나대지에

노랑 물감이 엎질러진 듯

민들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한쪽 안경알이 빠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꽃

깨진 거울을 온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꽃

병뚜껑으로 발목에 피어싱한 꽃

달걀 껍데기를 포란하고 있는 꽃

나비 발걸음 소리에 꽃잎을 활짝 연 꽃

어떻게든 튀어 보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해맑은 꽃짓으로 빈터가 환하다

드문드문 제비꽃 장다리꽃 씀바귀 개망초 뭇 꽃

제각각 뽐내는 방식으로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해 액세서리로 걸치고

이뻐지려 치장하고 있는 들꽃들

치명적인 아름다움 뒤에는

아름다운 치명이 있다

 

-----------

 

약 력

5회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등단, 9회 평택 생태시문학상 수상. 시집 향기로운 상채기출간, ) 고등학교 교사. 한국문협당진지부회원, 호수시문학 회장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홍윤표

홍윤표

뉴스, ESG, 지방자치, 피플, 오피니언, 포토뉴스등 기사제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