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슬픔에도 언니가 있다

홍윤표 / 2022-06-02 16:59:34
시인 조정애

슬픔에도 언니가 있다

                      시인 조 정 애

 

아버지가 그리워

그리움의 시를 새긴 도자기 컵을

예배당에 가져갔다

오후 기도찬양모임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네 살 배기는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옆 자리 나이든 황 권사가

17개월에 아버지를 여의었다고 했다

맞은 편 기도를 이끄는 김 권사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둘둘 말아 밀쳐둔 아기가

눈망울을 초롱초롱 뜨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나의 슬픔은 사라지고

네 살배기가 옆에 앉은 야윈

한 살배기를 안아주었다

화장실 앞에서 갓난아기를 만나

꼬옥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어느새 나는 언니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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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부산출생동아대 가정학과 수료, 

‘90<문학공간등단

시집 내가 만든 허수아비』『슬픔에도 언니가 있다외 산문집딸들아 세상을 아느냐

한국문학공간상(1994) 서울문예상(1999) 수상

현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여성문학인회원외교신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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