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도 언니가 있다
시인 조 정 애
아버지가 그리워
그리움의 시詩를 새긴 도자기 컵을
예배당에 가져갔다
오후 기도찬양모임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네 살 배기는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옆 자리 나이든 황 권사가
17개월에 아버지를 여의었다고 했다
맞은 편 기도를 이끄는 김 권사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둘둘 말아 밀쳐둔 아기가
눈망울을 초롱초롱 뜨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나의 슬픔은 사라지고
네 살배기가 옆에 앉은 야윈
한 살배기를 안아주었다
화장실 앞에서 갓난아기를 만나
꼬옥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어느새 나는 언니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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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부산출생, 동아대 가정학과 수료, ‘90<문학공간> 등단. 시집 『내가 만든 허수아비』『슬픔에도 언니가 있다』외 산문집『딸들아 세상을 아느냐』외, 한국문학공간상(1994) 서울문예상(1999) 수상. 현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여성문학인회원, 외교신문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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