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가지가 물가로 다가간다
시인 고 경 옥
꼭 전하고픈 마음이 있어
신발을 작은 배처럼 끌어 돛을 달고
다가가려 애쓴 적이 있다
꼭 하고픈 말이 있어
낙엽을 끌어다 자음이나 모음으로 엮어
달에 언어로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간절하다거나
지극하다는 건
사람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제주여행에서 보았다
올레길 나뭇가지들이
물가로 낭창낭창 가지를 뻗거나
절실한 자세로 허리를 굽혀
더 가까이 물 언저리로 다가가고 있었다
물이 전할 마음이 있는 건지
나무가 전할 마음이 있는 건지
햇살을 우산처럼 받치고
닿을 듯 말 듯
애틋하게 서로에게 몸을 기우리는 풍경
그 가지 끝에는
밤마다 일기를 쓰는 사람이
물방울처럼 맺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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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인천 거주. 2010년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 『안녕, 프로메테우스』『서랍 속에 눕다』 출간. 인천예총 예술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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