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나무들의 가지가 물가로 다가간다

홍윤표 / 2022-07-30 17:13:33
시인 고경옥

나무들의 가지가 물가로 다가간다

                                            시인 고 경 옥

 

꼭 전하고픈 마음이 있어

신발을 작은 배처럼 끌어 돛을 달고

다가가려 애쓴 적이 있다

꼭 하고픈 말이 있어

낙엽을 끌어다 자음이나 모음으로 엮어

달에 언어로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간절하다거나

지극하다는 건

사람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제주여행에서 보았다

올레길 나뭇가지들이

물가로 낭창낭창 가지를 뻗거나

절실한 자세로 허리를 굽혀

더 가까이 물 언저리로 다가가고 있었다

 

물이 전할 마음이 있는 건지

나무가 전할 마음이 있는 건지

 

햇살을 우산처럼 받치고

닿을 듯 말 듯

애틋하게 서로에게 몸을 기우리는 풍경

 

그 가지 끝에는

밤마다 일기를 쓰는 사람이

물방울처럼 맺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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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인천 거주

2010년 <월간문학시 부문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안녕프로메테우스』『서랍 속에 눕다』 출간

인천예총 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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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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