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 성근 이빨

홍윤표 / 2022-06-05 17:57:03
시인 이명희

성근 이빨

          시인 이 명 희

 

옥수수를 먹다보면

이 빠진 옥수수가 더 잘 씹힌다

듬성듬성 한 눈에 들어오는

시골집 사이의 너른 공간

이 빠진 옥수수에도 너른 공간이 있다

 

빽빽하고 얕은 숨 맛본 뒤에야

깊게 맞이하는 호흡처럼

빼곡한 알갱이에 고랑이 있으면

숨 고르며 먹기에 좋다

그래야 한 알 한 알 먹기에 좋다

 

성근 이빨 사이로

옥수수 알갱이 쏟아지는 순간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씹는다

 

숨 막힐 것도

더 망가질 것도 없다는 듯

옥수를 열심히 먹어댄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를

벌써부터 감지한 듯

이 빠진 옥수수가 성근 이빨을 보듬고 있다

----------

 

▲ 작가 약력

충남 보령 출생

월간문학세계」 신인상 등단충남시인협회 신인상문학세계문학상

충남시인협회원충남문인협회 이사

시집 겨울 감나무출간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홍윤표

홍윤표

뉴스, ESG, 지방자치, 피플, 오피니언, 포토뉴스등 기사제공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