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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아프칸 정부의 무능과 부패, 정치적 분열이 만든 비극이었다.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공을 들인 미국이 손절매하듯이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은 냉정한 국제사회의 한 면을 보여줬다.
아프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은 아비규환이었다. 베트남 패망 (1975년) 사태를 다시 보는 듯하다.
■ 아프간 정국 혼란이 주는 의미
2001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연관 돼 주목을 받았다. 이어 미국 주도의 항국적 자유작전으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고, 재건 과정에 한국도 참여했다.
우리의 다산·동의부대와 오쉬노부대가 10년 이상 아프간에 주둔하면서 의료자원과 재건을 도왔다. 한국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간 군대와 경찰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7억2,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는 불신과 실망에서 나왔다.
미국은 2001년 이후 아프간 전쟁과 재건에 2조 달러 (2,300조원) 이상 쏟아부었다. 미국의 재정이 흔들릴 정도였다. 2014년부터는 아프간 스스로 방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군(ANDSF) 양성에 국방비 (50~60억 달러)의 75%를 미국이 감당했다.
미 정부는 ANDSF가 탈레반 병력보다 훨씬 우세한 것으로 착각했다. 그런데 허상이었다.
ANDSF 병력은 숫자로만 존재하고, 실제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해 준 많은 재원은 재건이 아니라 관료와 군 간부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미군이 철수하니 아프간 정부군은 전투 의지도 없었다. 탈레반과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항복했다.
미국이 아프간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철수를 결정한 배경은 아무리 도와줘도 성과가 없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서다.
이런 아프간 상황은 1973년 베트남에서 미군이 철수했을 때와 흡사하다. 당시 베트남의 월남 정부도 부패했고, 정치적으로 분열이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철수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국익이 걸리지 않는 분쟁에 무한정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년 전 미군이 아프간을 점령한 것은 미군 본토를 겨냥한 9·11 테러 집단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천문학적 재원을 쏟아부으며 아프간에 계속 묶여 있기를 바랄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이 아니며, 미국 국민이 바라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주는 시사점
미국은 2차 대전과 냉전 때처럼 두 개의 전면전을 치르거나 대비할 만한 힘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바이든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지 않는 전쟁을 미국이 대신 싸워 줄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칼럼리스트는 “한국도 미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프간과 같은 운명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과 아프간의 국력과 전력적 위치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이자 비약이다.
국방장관이 일곱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만큼 엉망인 군의 기강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따로 있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도 지난해 2월 트럼프 재임 시절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합의를 바이든 정부가 실천에 옮긴 것일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카불에서 벌어지는 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도 있지만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군 철수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은 해방 이후 미국과의 동맹 속에서 나라를 세우고 발전시켜 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냉전시대처럼 한쪽은 주로 주고 다른 한쪽은 주로 받는 동맹관계는 오히려 예외적이었다. 동맹은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관계다. 오로지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국제사회 정글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 내려면 강대국과의 우호 관계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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